[워드신청해주신 '바가지머리' 님 감사합니다!
p.s. 늦어서 죄송하고 본래 신청워드와 많이 빗나가서 죄송합니다]
익숙하면서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비린내가.
또 다시 온몸을 뒤덮고 대지마저도 뒤덮는다.
"........누님." -소고
그리고, 그 가운데 서있는 건 나.
내 앞에 서있는 것은, 오키타 소고.
아아, 결국 들켜버렸다.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몸을 적신 내 모습.
그것도 정말 들키고 싶지 않는 사람에게.
적어도 너에게만큼은, 미츠바 까진 아니더라도
따뜻하고 걱정끼치지 않는 누나가 되어주고 싶었는데.
"...........내 잘못, 아냐."
내 주위에 쓰러져있는 수많은 시체.
어차피 사형감 범죄자들이었으니 상관없다.
신센구미가 쫓고있는 자들이라는 것을 알고서 따라왔더니
난데없이 인질로 잡으려하길래......
짐이 되어 발목잡기 싫다는 생각에 전부 베었다.
기억도 안난다. 죽였나? 아니지. 나, 왜 벤거지?
처음엔 다른 이들을 해치기 전에 먼저 이 녀석들을 쳐서
다른 이들을 지키려던 거였는데.
중간부터 왜 베었는지 기억이 나질않아.
"누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소고
"내 잘못, 아니라니까......!!"
아냐. 아냐. 이거, 내가 그런거야.
내 손으로, 내 검으로 전부 이렇게 만든거야.
싫다. 정말로.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차라리 윽박지르고 화를 내는게 낫겠어.
그렇게 슬픈 표정으로, 내가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지마. 제발 그러지 마.
더러워지는 건 나만으로 족해.
미츠바도 잃고서, 너마저도 잃고 싶지 않아.
몸이 멋대로 여기서 벗어나려한다.
그렇게 도망치는 내 팔을 잡는 그.
그런 그의 손에 묻어나는 붉은색과 내 검은색이 섞인 피에
나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 누님......!" -소고
"읏....!"
만지지마. 너마저 더러워져.
나는 이렇게 더러워, 돌연변이라고.
그렇게 소고의 손을 떨쳐냈다.
"따라오지 말랬잖아!"
사실은, 그 손을 맞잡고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안아주길 바랬으면서.
그렇게. 나는 또 다시 겁쟁이처럼.....
소고는 이내 내 양어깨를 움켜쥐고서 나와 눈을 마주쳤다.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습니까.
이 정도 됬으면, 조금은 제 심정도 이해해주세요." -소고
"네가 뭔 상관인데!"
"뭔 상관이냐니, 그런......!" -소고
바보. 또 거짓말이 튀어나왔어.
상관하길, 신경써주길 누구보다 바라면서.
혼자 강한 척하며 지키겠다느니 뭐라느니 말만 하지.
정작 지켜도, 걱정을 끼쳐버리는 주제에.
나, 한심해.
".......누님?" -소고
나는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소고를 째려 올려다봤다.
"...........뭐."
그런 내 얼굴에.
애써 참는 눈물과 화로 붉어진 얼굴에.
검붉은 피가 튀어버린 이 얼굴에 손을 뻗는 너.
"누님 지금........" -소고
그 손의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참아오던 모든 것이 흘러넘치는 듯 했다.
"우시는....건가요....?" -소고
바보같이. 나는 또 울고 있었구나. 피도, 눈물도 전부 물인데.
가뜩이나 물에 약한 돌연변이 주제에, 뭐하는거야.
나는 눈물을 닦지 않은 채 그대로 소고를 째려 올려다보았다.
"저 S라구요? 그런 식으로 자극해봤자 저만 좋을 뿐입니다-" -소고
그의 말에도 대답없이 그저 그를 힐끔 올려다볼 뿐.
고개를 완전히 들 수가 없었다.
그러면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똑똑히 보게 될 테니까.
"하아......." -소고
소고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저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그를 올려다볼 뿐.
왜. 지켰잖아. 지켰으면 된거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화를 내는건지 나는 이해할 수 없어.
"........누님." -소고
소고는 나를 나지막히 부르더니 내 팔을 잡아끌어
자신의 품안에 안았다. 안되는데. 나, 지금 더러운데.
그런데도 너는 나를 안고 있다. 그 온기에, 널 차마 떨쳐낼 수가 없다.
누나라고 했잖아. 미츠바가, 소고의 누나가 되어달라고 부탁했잖아.
그런데 나는 지키겠다고 해놓고선 이 온기에 안심해 또 울어버렸다.
"미안해요.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까 그만 우세요." -소고
아냐. 네가 왜 미안한건데.
그러지마.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마.
마음이 약해져버리잖아. 아아, 또 운다. 나는.
내가 너의 누나로 있는 동안은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오히려 네가 오빠처럼 되어주었구나.
많이 울면, 안되는 것을. 물에 약하기에 물이나 피를
많이 뒤집어쓰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 끄러.... 안 울었어....."
나는 또 다시, 네 품 속에서 울어버렸어.
그대로 눈을 감자, 세상이 검게 사라져간다.
그렇게 울다 지쳐 잠들기 직전,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당신만큼은, 잃고 싶지 않으니까....." -소고
#소고와 싸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