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또. 사고를 쳐버렸다.
난 그저 도와주려다 그런 것 뿐이었는데.
바람 핀 남편의 증거를 잡아달라는 의뢰를 수행하던 도중
화가 나서 그 자의 집 기둥 하나를 부숴버렸다.
벽을 너무 세게 잡은 탓이다. 힘조절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의뢰도 성공한 데다가 어차피 일주일 뒤
철거할 집이라 물어낼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바보. 왜 하필 기둥을 부숴가지고....."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아직도 힘조절에 서투른 걸까, 나는.
그리고 기둥 파편에 베인 손을 보고서
손수건을 감아주려던 의뢰인이
내 검은 피를 보고서 놀라는 표정을 보았다.
예의상 웃으며 감아주었지만, 그 표정에 담긴
두려움에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으으.... 분명 긴토키가 돌아가면 혼내려나?"
그렇게 혼자서 에도의 거리를 거닐었다.
한 저녁 때까지 돌아다니다가 들어가면 되겠지.
심란한게 가라앉을 때까지 돌아다니기로 했다.
"헤에- 무슨 사고라도 치셨어요?" -소고
"우와앗!!"
그 때, 누군가가 내 뒤에서 어깨를 잡아당기며 말해서
놀라 나는 뒤로 돌며 뒤에 있던 사람의 얼굴을 쳐버렸다.
큰일이다....! 힘조절을 하긴 했지만 아플텐데!
근데 더 큰일 인건......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 S라 당하는데에는 약하다구요, 누님." -소고
"미....미안! 놀래서....!"
왜 하필 그게 아는 사람 인건데. 그것도 소고였다.
소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지.... 진짜 괜찮은 걸까? 아무리 내가 힘조절을 했다지만
아픈 건 마찬가지 일텐데......
"괜찮아? 어떡해......"
"전 정말 괜찮습니다. 네." -소고
그 순간 아무렇지 않게 서있는 소고의 코에서 피가 주륵 흘렀다.
역시 안 괜찮잖냐!!
"소고! 피! 코피!"
소고는 순식간에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피를 닦아내고서
뒷짐을 쥐었다.
"착각이겠죠." -소고
"또 흘러내리잖아! 나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거에요." -소고
"그런 녀석이 맞은 충격으로 아직까지
눈의 초점이 흐릿하냐! 이리 와!"
나는 소고를 골목 쪽으로 데리고 들어가 내 손수건을 꺼내서
소고의 코를 임시로 막고서 지혈을 했다.
다행히 금방 멈추었고 눈의 초점도 돌아왔다.
"미안.... 으으....요즘 더 힘조절이 힘들어졌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누님?" -소고
"그게.....실은......"
나는 결국 한숨과 함께
소고에게 오늘 일을 전부 말해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