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신청 해주신 익명의 분 감사합니다!
원래 신청워드는 '예전 동료를 죽이다'입니다!]

역시. 소고의 표정에서 부터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누님." -소고

순간 쿵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
이들을 헤쳐야만 한다는 생각에, 그리고 눈앞에 적이 있다는 생각에
몸이 굳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소고의 임무는, 양이지사 말살.
조금 꺼림칙한 표정으로 있던 그녀는 이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었다.

" .......순순히 항복하면, 편히 보내드리지요."

파르르 떨리는 눈을 살며시 감으며 한숨쉬듯
그들에게 나지막히 말하는 그녀.
소고는 그녀가 결심이 섰다는 걸 알고서
한발짝 물러났다.

"그럴 순 없다!!" -양이지사1

그녀는 그러더니 달의 그림자에 잠시 감췄던
검은 피와 그 상처들을을 드러내고서
모든 것을 꿰뚫을 듯한 싸늘하면서도
왠지 모를 슬픔의 검은색 눈동자로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저는 당신들과 싸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말에 양이지사들이 각자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서
그녀를 향해 겨누었다.
소고가 검을 뽑으려 했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금 눈을 지그시 감으며 소고를 말렸다.
검의 칼날이 달빛아래 빛나자 그녀는 뒤의 소고를 보며 말했다.

"........소고. 이게 맞는거겠지.....?"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웃고있는 표정. 하지만 눈에서
흘러내리는 저 눈물의 의미는 컸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이 필요한게.....맞는거겠지....?"
제발......맞다고 말해줘......
그래야 내가 저들을 위해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녀도 한 때 양이지사였고, 소중한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이해하기에 소고는 검을 거두어들였고,
미소 띠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더니 이내 양이지사들이
알렌에게 달려들었다.

"미안합니다........."

잠시 뒤 달 아래 붉은색의 피가 살짝 일더니 이내 이검들이 하나씩 차례대로 빛을 내며
검은색 머리칼을 가진 한 여인의 손에 파괴되어 갔다.

"누님.........." -소고

그녀는 옷깃에 묻어선 뚝뚝 떨어지는 선혈을 무시하고
우두커니 서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약간 떨구고 있었다.
모든 것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소중한 가족들. 그리고 적.
자신이 베어간 것들과 피, 비명소리.
그리고 그 사이에 서있는 자신의
애매한 모습에 그녀는 고개를 들고서
언제 그랬냐는 듯 소고를 보며 웃어보였다.

"괜찮아! 이제는 익숙한 걸.
그리고.....먼저 공격한 건...... 공격하는 건...이 사람들....
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소고는 웃고있는 그녀를,
붉은 피를 검은색 머리칼에 흩날린 채 애써 웃는 그녀를,
붉어진 눈가에도 웃음을 띠는 그녀를
그대로 와락 끌어안고서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 됐어요, 누님." -소고

그 말에 뚝 멈춘 듯 했다. 이 세상자체가. 이 시간자체가.
모든 것이 피로 물들고 고요해진
광장에 가로등마저 불이 나가선 달빛만이 빛났다.

"이제.......됐으니까........" -소고

그리고, 그녀의 눈물도 함께 빛났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다
자신을 잃은 여자가 있었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지키려다
다른 이를 죽이게 된 여자가 있었다.

너무나도 여려서 적에게도 눈물을 흘려주고,
또 소중한 이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 웃어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하게도,


그 여자는 전부 같은 인물이다.

(-)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검은색의 머리칼과 검은눈동자, 검은 피.
이 세상에 없는 쿠로족의 마지막 후예이자,
양이지사와 신센구미. 그 둘 중 누구도 놓지 못하는 자.
그 어이없는 운명 속 애매하게 서있는 자.

오늘따라 달이 너무나도 빛나서

언제나처럼 밤은 소리없이 아침이 되어간다는 사실마저
망각시켜 버릴 것만 같았다.

「돌연변이 주제에」

돌연변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건 검은 피와 검은 눈, 비정상적인 힘, 속도와 회복력 때문에
저주받은 몸이란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알 수 없는 감정과 눈물의 의미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좋아. 그정도쯤은.......


그녀는 소고의 품에 안겨 눈물지을 뿐이었다.
단, 이것도 오늘까지.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와
그런 그녀를 빼닮은 달이 뜬 밤이다.

#미안하다는 그 말. 그리고 그의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