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곳곳을 돌아다닌 끝에 마지막으로 찾은 강당 안. 불조차 켜지지 않아 어둑하기만 한 이곳 안 엔 커튼 사이로 새나오는 옅은 빛이 전부다.
누가 보아도 텅하니 비어있는 공간. 보통은 아무도 없을거라 여겨 걸음을 돌릴테지만.
강당 끄트머리. 두 번째 창문 아래로 다가가 보면 누군가 있다는 것 을 곧 알 수 있다.
"아오미네…."
다가가는 내내 울리던 발소리에도. 또 내 목소리에도 아오미네는 돌아보지도, 대답을 해주지도 않았다. 그저 제 분신과도 같은 농구공을 손가락으로 굴려대며 딴청만 피울 뿐….
역시 화났구나….
시선도 내주지 않는 그의 곁에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우물쭈물 거리고 있을 수 밖에 없던, 난. 한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도.
"저…. 아오미네…?"
다시 한 번 조심스레 그를 불러보았다.
하지만 역시….
그냥 이렇게 등을 보고 말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근데 그러면 왠지…. 다신 날 안 볼 것만 같다.
"..나 할 말 있는데…. 좀 돌아봐 주면 안돼…?"
아오미네"…."
"아오미…."
아오미네"슈토쿠보다 토오 더 가까워."
"…."
아오미네"네가 다니는 병원도 토오 더 가깝고."
".....으, 응."
지금 저 말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해있는 것인지 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답을 들려줄수 없는 것도 함께.
"미안…."
아오미네"…."
"이제 병원 가는 횟수도 점점 줄고 있고. 또…."
아오미네"…."
"가고 싶어…. 슈토쿠에.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그곳에…."
몇 번이고 목구멍에 걸려서 나오지 않는 말들을 힘겹게 겨우 끌어 냈다. 그만큼 그 말들은 내겐 하기 힘든 말이었고. 또, 꼭 해야 하는 말이기도 했다. 아오미네에겐 정말 여러 가지로 고맙고 미안한 일이 많았지만…. 난 꼭 그곳에 가야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아오미네와 틀어지는 건 정말 싫어….
이기적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난 너와 틀어지고 싶지 않아, 아오미네.
"그래도.. 그래도, 자주 놀러 갈게! 매일은 무리지ㅁ…."
아오미네"필요 없어."
싸할 만큼이나 차가운 말투. 그와 동시. 그의 손가락 위에서 아슬아슬이 돌던 공이 회전을 멈추고 이내 공이 튕겨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 위로 떨어져 나간다.
그것에서 눈을 떼고 다시 시선을 돌리자, 어느샌가 몸을 일으켜 세운 아오미네가 보였다.
이제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동안 잘 지내왔던 사이인데.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헤어지는 건….
"아오미네?"
순식간에 나를 스쳐 지나가는 아오미네의 손목을 재빨리 붙잡았지만.
(탁)
너무나도 간단히 뿌리쳐졌다.
아오미네"이제 아는 척 마. 어차피 졸업 후엔 서로 볼일도 없겠지만…."
"뭐…?! 어째서…!"
갑작스럽게 절교선언을 해버리는 아오미네. 그것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아. 곧바로 놀라 되물어봤지만. 더 이상 돌아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절교(絶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