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오"이러려고 나중에 얘기하자 한 거냐."
대답해보라는 듯 날 선 눈 그대로 날 지그시 응시하는 카즈나리.
여기서 더 피하면 진짜 화낼 게 분명하지만. 두 어깨 위로 올라온 카즈나리의 손을 밀어내며 비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게 지금 내 기분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장난기 사라진 카즈나리의 눈빛처럼. 내 어깨 위로 올라온 손엔 힘이 가득하다.
타카오"비켜주면 또 피해버리겠지. 하루종일."
"..그러겠지."
대답이 끝나자마자 옅은 주름이 일어나는 카즈나리의 미간.
타카오"미안하다고 했잖아? 선배가 오해한 것도 아니고."
"내가 화나는 건 선배가 오해할뻔한 것보다. 네가 일부러 그랬다는 거야. 분명 그만 놔달라고 말했는데도!"
결국, 아침부터 꾹 눌러 참던 기분이 올라와 목소리를 키워버렸다.
"그러니까 그만 비ㅋ…."
타카오"쉿!"
갑자스레 잡고 있던 내 어깨에서 손을 뗀 카즈나리가 과학실 뒷문을 열더니, 그대로 날 데리고 들어가버린다.
복도 밖보다 어두운 과학실 안.
등 뒤로 닿는 벽이 꽤 차갑다.
"뭐 하는 거야?"
타카오"뭐하긴. 네가 싫어하는 일 피한 거잖아."
그게 무슨 말이냐며 되물으려 하다가도. 복도를 지나는 두세 명의 여자애들의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에 말 뜻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그렇게 몇 초간 어둑한 과학실 안에 숨을 죽인 우리 둘.
곧 완벽히 사라진 인기척 소리에 다시 숨소릴 키운다.
타카오"그만 삐치면 안돼냐?"
"삐쳐? 화난 거야 삐친 게 아니라."
타카오"그래. 그만 화 풀면 안돼? 내가 어떻게 하면 풀래? 여기서 꿇으면 돼?"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짧은 헛웃음이 터져 나와버린다.
"그럴 필요까진 없고. 대신 약속해. 학교에선. 아니, 집 밖에선 다신 오해할만한 행동하지 않겠다고."
타카오"뭐…? 범위는?"
"없어. 손도 스치면 안 돼."
단호한 대답에 카즈나리의 표정이 곧장 불만스럽게 구겨진다.
타카오"싫어. 집에선 부모님 때문이라며 밀어내면서. 집 밖에서까지…. 싫어."
"우리가 다른 애들처럼 평범한 연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거 너도 잘 알잖아?"
타카오"알아. 안다고. 근데 그건 싫어."
"알고 있다면서 싫다는 건 뭐야? 애처럼 때 부리지 좀 마!"
타카오"뭐?"
순간 아차 하며 말 실수한 것을 깨닫고 뒤늦게 사과하려 했지만.
타카오"하지 말랬지. 어린애 같다는 소리. 그래 봤자 고작 한 살 차이면서 넌 뭘 그렇게 어른행세야?"
"그게 아ㄴ…."
타카오"어차피 같은 학년이잖아!? 학교 늦게 들어온 게 자랑도 아니고!"
카즈나리의 마지막 말에 난,
타카오"○○…?"
그대로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워 빠르게 과학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렇게 해서. 아침 상황처럼 도로 원점이 돼버린 우리.
새벽 다섯 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