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같이 노을이 지는 때에 학교가 끝나고 다들 집에 가는 시간이 온다.
집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가기는 싫은 편이다.

아빠와 마주치는 것이 싫었다.

아빠는 사업이 망한 뒤로 술에 빠져서 때때로...아니 최근들어 자주 엄마나 나, 혹은 동생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폭력은 당연히 싫고 맞는 것도 당연히 싫다. 아프니까...
그렇지만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나의 선택은 항상 가는 수밖에 없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리지르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사오라고 한 술은 어딨어! 씨발! 네 애미도 그렇고 네 동생도 그렇고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어!"

"누나! 오지마!"

동생이 소리쳤다. 또 동생한테 손을 대는 건가 싶어서 달려갔지만
내가 본 동생의 모습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뒤로 내가 무엇을 했는지는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단지 술병으로 엄마와 동생을 내리친 아빠 아니 그 인간을 보고 나서는 부엌에 놓여져 있는 칼로 몇번이고 찔러죽였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죽으라고 말하면서 죽였다.




그 뒤의 일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빠를 죽였다.

그러고서 쓰러져있는 동생과 엄마에게로 갔다.

숨이 붙었는지 확인했지만 피의 양을 보아하니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아아...


내 삶은 왜...

왜 이런 것일까...




'푸욱-'




지옥에 떨어진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