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야기]


옅게 가라앉은 땅거미와 은은한 안개 사이로, 연인인 듯 보이는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중 남자는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지, 뒤에서 여자가 낑낑거리며 쫓아오는 것도 잊고는 계속 무언가에 골몰했다. 저만치에 소녀의 집이 보이자 곧 생각을 정리했는지 손에 소중히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두어 번 털어 정돈한 다음, 소녀에게 건넸다. 빙글빙글 웃으며 가방을 받아드는 그녀의 입술에 짧은 키스라도 남기고 싶었지만, 그녀가 일초라도 빨리 가방을 열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런 생각도 접어야 했다.
며칠 전부터 저것을 준비하는데 많은 정신력을 쏟아야 했다. 중합지옥의 오코 씨를 비롯하여, 지옥에 있는 모든 여자란 여자에게-물론 암컷도 포함해서- 여성이 선호하는 의상 스타일에 대해 묻고 다녔다. 처음엔 평소의 호오즈키 답지 않은 질문에 약간 당황했던 사람들도, 곧 그의 사랑스런 피앙세를 떠올리곤 최대한 자세하게 답해주려 노력했다. 천국까지 흘러들어간 그 소문이 귀찮은 녀석이라고 생각되는 한 인물의 귀에까지 들어가, 반 진심 반 농담 식의 성가신 참견을 받기도 했다.
결국 자신의 유카타와 비슷한 스타일의 기모노를 사기로 결론을 낸 뒤에도 그는 자신의 계획이 적재적소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녀에게 숨기려 애를 썼다. 연인에게 선물 하나 하는데도 유난을 떤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그 나름의 애정표현이었다.

자신이 사준 옷을 입은 그녀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자신과 그녀의 공통분모가 하나 늘어난 것에 대해 남자는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소녀는 남자의 감정을 평생 눈치 채지 못할 지도 모른다.
설령 연인이라 해도 구분 없는 그의 날선 말투가 그녀를 헷갈리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 나름의 애정표현이었다.

지옥의 저녁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무제-RS님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