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팬픽의 내용은 호오즈키 연인워드 '커플룩' 의 뒷이야기입니다.
RS님 감사합니다
땅거미가 옅게 가라앉은 지옥의 저녁, 두 남녀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걸어가고 있었다.
결코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 두 사람은 서로 죽고 못 사는 연인의 관계였다. 이미 죽은 사람들이니 이런 표현은 쓸 수가 없게 되어버렸지만.
앞서 걸어가고 있던 남자가 갑작스레 우뚝 서자 뒤따라 걷던 소녀도 멈칫하며 따라 섰다. 소녀의 집 앞에 다다랐던 것이다. 곧 남자의 목소리가 소녀의 이름을 불렀다.
"(-)."
"예, 예!"
"선물 좋아합니까?"
소녀는 당황스러웠다. 긍정의 대답을 하기도, 부정의 대답을 하기에도 애매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평소의 모습을 하루 종일 붙어 다니며 보아야만 하는 소녀로서 질문의 내용에는 놀라지 않았다. 그저 갑자기 튀어나온 것에만 놀랐을 뿐이었다. 대답 없이 살짝 미소를 띠며 두 손을 공손히 내미는 소녀에게 남자는 덜컥 종이가방 하나만을 던져주며 인사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것마저 소녀는 익숙한 듯 그녀의 주의는 그가 남기고 간 어떤 물건에 쏠렸다. 입구가 단단히 봉해져 있고, 부피와 무게가 꽤 있는 것으로 보아 소녀는 그것을 마음의 준비 후에 개봉하기로 했다.
기세 좋게 집안으로 들어와 깨끗이 씻고, 편한 옷을 입고 그 문제의 물건 앞에 앉았다. 평소에는 할 말 다 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뭐가 그리 부끄러워 아무 말도 없었을까? 약간의 의문을 품은 채 살풋 웃고는 종이 가방의 입구에 손을 가져다대는 소녀였다.
내용물은 옷이었다. 너무 평범한 설명인가? 아니다. 소녀는 필시 그의 손을 탄 물건이라면 어딘가 비범한 구석이 있을 거라 생각해 마지않았지만 설마 그것이 그녀의 연인인 남자가 항상 입고 다니는 유카타와 같은 배색의 여성용 기모노일 줄이야. 목둘레와 오비의 붉은 색을 제외하고 모두 검은 천으로 지어져있었고, 소매 끝과 치맛자락 끝 또한 붉은 꽃이 촘촘히 수놓아져 있었다.
소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놀라웠다. 혹시 일전의 교복 커플룩 일의 복수인건가? 싶은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가 여성복 매장에서 이런 옷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잇새로 비실비실 새어나왔다. 곧 자신을 진정시키며, 소녀는 이 옷을 입어보기로 결심했다. 그가 보통의 오니 남자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 그냥 서프라이즈 선물이겠거니 생각하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그 옷을 입은 소녀의 자태는 실로 아름다웠다. 사람에게 입혀진 옷은 그 어떤 것이라도 아름답지 않을까. 결점이 있다면 소녀의 한 치의 특출한 점 없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런 얼굴도 남자는 좋아해줄 것이고, 옷의 아름다움과 그의 정성이 그런 걱정을 무색하게 했다.
내일 그에게 이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줘야지. 소녀는 감격하여 다짐했다.
무제-RS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