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몰아서 무리하게 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바보가 아니란 것을 증명하려고 그런건지
여름감기에 걸려버렸다.

그러고 보면 나 살아있었을 때 감기에 걸리면 항상 놀이터 가운데에 있는 돔에 들어가 있었지...
아픈데 아빠랑 마주치면 더 신경곤두세우고 큰소리질러서 어지러웠으니까...
동생이 걸렸을 땐 일부러 동생친구네 집에 가서 자게 하고..

놀이터 가운데에 있는 돔에 들어가있으면 조용했다.
그 조용함에 어지러웠던 머리를 식힐 순 있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집에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친구네 집에서 묶는 것도 한두번이었고 내가 없으면 집에 있는 동생과 엄마가 괴로울테니까 돌아갔었다.

아주 어렸을 땐 엄마랑 아빠 다 일도 미뤄서 날 간호해줬었는데
아빠가 사업이 망하고 술에 찌들어 살게 된 후엔 항상 저랬지...

역시 방에 혼자 있는 것은 싫네...
외로워...

시로가 이마에 올려놓아준 물수건을 찬물로 갈려고 했지만 기력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아까 시로가 호오즈키님께는 대신 말씀드렸다고 했으니 일에 대해선 별 문제 없겠지.

몸이 점점 더 뜨거워졌고 서서히 잠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 한숨 자면 나아질까...

찬물로 갈 지 못한 물수건을 침대 옆 책상에 올려놓곤 서서히 눈을 감았다.



#여름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