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말이 많았다. 시답잖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거의 모든 이야기에 침묵으로 답변했다. 그럼에도 두런두런, 여자는 이런 저런 내용들을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한참 동안 속삭였다.

길다하면 길고 짧다하면 짧을 그 시간 동안 그는 턱을 괴고 멍 하니 창문 너머 어두운 바깥을 응시했다. 대화 자체는 무익했다. 제대로 들은 것도 없었다.
그러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마치 심야 라디오라도 튼 기분이라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아서, 그거 하나 만큼은 제법 괜찮은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 된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것에 비해 여자는 의외로 금방 일어 날 채비를 시작했다.



툭툭, 스커트 자락을 털어 낸 여자가 장난기 다분한 손짓으로 메리 멕베스의 벌어진 입을 슬쩍 닫아주었다.
한껏 억누른 숨으로 몇 차례 키득거린 여자가 서글서글한 눈매로 절망 왕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 늦은 시간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화이트한텐 대신 안부 전해주세요.
그리고, 잘 때 입 닫아준 사람이 저라고도 같이 좀 전해주세요! ”



아아. 뭐.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 블랙스럽게 미소지었다.
둥글게 눈을 휘인 여자가 콧등 위로 주름을 만들어 보였다.



“ …아 참. ”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길래 그걸로 끝인 줄 알았더니, 막 병실 문을 열려던 여자가 손잡이를 쥔 채로 흘끔 뒤를 돌아 보았다.
그래서. 또 뭐가 더 남았는데? 하는 제 기분을 블랙의 입장으로 순화해 눈을 깜빡였다.
“ 그런데요, ” 여자가 살풋 운을 떼었다.

그건 대단히, 또한 무척이나 이질적인.
그래서 더욱 들어서는 안 될 그런 목소리였다.



“ ㅡ저기 그런데요.
블랙 형님 되시는 분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nameless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