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프는 평생 이토록 지독한 음성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911을 불렀는지조차 모르겠다.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그 꺼질듯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 본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뒤는 낡은 레코드 판처럼 군데군데가 끊어져 있었다.
기억나는 거라곤 베로니카의 그 비틀어진 붉은 입술과 언젠가 사랑했었던 직한 낯익은 금발, 그리고……


손바닥이 피와 땀으로 흥건하다.


앰뷸런스 안은 심하게 흔들렸고 이름 모를 기계들이 히스테릭 한 소음들을 형성했다.
이 급작스런 상황이 재프는 아무리 노력해도 진정이 되지를 않았다. 끊어지는 목소리에 그가 뒤를 돌아 봤을 때, 그녀는 이미 그 작고 마른 몸을 둥글게 만 채 더러운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때 그는 허리까지 머리를 기른 금발의 여자가 골목 어딘가로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돌이켜 보면 그건 에이미였다. 그런 탐스러운 금발은 그리 흔한 물건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거리에 남은 희미한 향수 냄새가 그게 에이미였임을 증명했다.


……아니, 설사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에이미가 맞던 아니던 결국 지금 자신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그 한 두 명이 아닌 언니들 중 한 사람일 게 뻔하니까, 시발……!


재프는 절망했다. 무슨 약이라도 하고 왔는지 에이미는 여자의 소행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고 깊게 그녀의 옆구리를 관통시켰다. 제대로 지혈되지 못한 상처에선 지금도 피가 꿀렁 꿀렁 넘쳐났다.
하얀 블라우스는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도록 시뻘겋게 물들었고, 반대로 끔찍하게 일그러진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 거칠게 헐떡이기만 하였다.


……시트를 부여 잡은 손이, 그 손가락 끝이, 서서히 차가워지고 있음이 맨눈에도 훤히 보이는 바람에 재프는 그럴 상황도 그럴 나이도 아니라는 걸 알지만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그는 사람이 얼마나 쉽게 죽는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작해야 칼 한 자루, 탄환 한 발에도 사람은 쉬이 스러진다. 손톱보다도 작은 철붙이에 목숨을 잃는 이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러니 이건 전부 자신의 탓이다. 자신이 작업 걸던 여자들이 서로 난투극을 벌인 적은 이전에도 몇 번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싫다는 애 붙잡고 치근덕대고, 멋대로 사방팔방에 소문 내고,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입이 닳게 말했지만 그런 주제에 제대로 챙겨주지는 않은, 그녀가 이리 된 건, ( - ) 죽게 된 건 전부 다 자신의 업보였다.

Zapp Renfro (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