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안개 속에서도 빛이 나는 머리카락이란 무척이나 생경한 종류의 것이었다. 레오 자신보다도, 옆에 계신 스티븐 씨 보다도 새까만 머리카락과 검은 색 눈동자에서 그는 제 동료이자 동시에 제 상관인 체인 스메라기를 떠올렸다. 그녀가 조숙한 느낌의 숙녀라면 눈앞에 이 사람은 쌍꺼풀 없는 눈이 동글동글해서 귀여운 소녀 느낌이다.
그리고 자국민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저 유창한 영어 실력.
“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오래 기다리신 건 아니죠? ”
“ 아니 아니. 나도 방금 전에 왔네.
그리고. 명색이 사내가 여자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 ”
“ 하여튼 너무 선수시라니까. ”
헬사렘즈 로트에서 듣기엔 다소 진귀한 영국식 발음이 장난기 많은 어린 애처럼 가볍게 키득거렸다. 레오가 스티븐의 소매를 슬쩍 당겼다.
“ 실례지만 스티븐 씨. 혹시 이 분도…? ”
‘ 라 이 브 라? ’ 벙긋 벙긋 입모양으로 단어를 읊조린 레오가 송곳니 사냥꾼이거나 라이브라의 종사자이거나 그도 아님 어딘가의 대단히 높으신 분 ㅡ가령 라이브라의 활동 자금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의ㅡ 일지도 모르는 아가씨를 향해 슬그머니 시선을 옮겼다. 그래. 결국 이 순간이 왔군. 스티븐이 제법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소개하지 소년. 이쪽은 ( - ) 양. 보이는 바와 같이 그저 평범한 민간인일세.
그리고 소녀, 이쪽은 레오나르도 워치 군. 나와 같은 라이브라 소속의 햇병아리 신참이다.
참고로 나이는 ( - ) 네가 더 위니까 말 편히 해도 괜찮아. ”
ㅡHello, Michella. 갑작스러운 질문입니다만.
오빠는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태클을 걸아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