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재프의 그 뺀질 뺀질한 외모는 당연 으뜸이었다.
그는 마치 쓰레기장을 장악한 못된 양아치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준법 정신 따위 애 저녁에 팔아먹었단 듯, 자신의 애마를 떡 하니 인도 한 복판에 불법 주차시키고 그 위에 나른하게 앉아 있는 그는 뒷모습만 봐도 ‘ 나 좀 질 나쁘오 ‘ 하고 자신의 타고 난 성품을 어필했다.
그 날은 헬사렘즈 로트치고 웬일로 날씨가 괜찮았다.
두꺼운 안개를 뚫고 모처럼 내려온 실낱 같은 햇살에 재프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부서졌다. 건강한 초콜릿 피부에 취향 나쁜 백 정장 차림의 그는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도 한 눈에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 이래서 재프는 참 좋아.
멀리서 찾아 헤맬 필요 없이 한 눈에 뿅하고 들어 온 재프의 모습에 그녀가 몰래 미소를 지었다. 걸음을 재촉하며 가방을 뒤져 휴대폰을 꺼냈다. 지금 어디에요? 난 지금 당신 뒤에 있어요! 하고 심심하게나마 재프를 놀래 켜 줄 생각이었다.
다이얼 패드에 어느덧 익숙해진 열 자리 숫자를 치고 통화 버튼을 누르자 곧 화면이 바뀌며 액정 위로 재프의 이름이 재프 본인 만큼이나 뻔뻔한 자태로 두둥실 떠올랐다.
단조로운 통화 연결 음이 몇 번이고 이어졌다.
약간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아직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재프가 손에 든 재킷을 뒤적거리는 듯싶더니 이내 우뚝 멈춰서는 것이 보였다. 멍하니, 멀뚱 멀뚱 앞을 주시한다. 이제 보니 그의 앞에 누군가 서있었다.
검은 머리에 검은 옷…… 혹시 체인 인가?
재프와 재프의 오토바이에 가려진 탓에 정확한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체인 맞나? 누구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 속에서도 스피커 너머 연결 음은 하염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열 걸음 정도나 남았을까, 손바닥만하던 재프의 등이 얼마 남지 않았을 즈음이었다. 이쯤 되면 그냥 부르는 게 낫겠다 싶어진 그녀가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재프가 손을 들어 휴대폰을 받으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때다! 목청껏 그의 이름을 불러 줄 심상으로 그녀가 후욱 크게 숨을 들이켰다.
아름다운 금발이 시야에 차오른 건 그 순간이었다.
재프의 등도 그의 껄렁한 오토바이도 가리운 풍성한 금빛 머리카락이 와락 그녀를 덮쳤다. 가녀린 체구가 그녀의 품으로 넘어지듯 파고들었다.
한껏 들이킨 숨이 폐를 떠나지 못하고 그 상태 그대로 싸늘하게 굳어갔다.
때마침 “ Hello, ( - ). ” , 귀에 붙어있던 휴대폰에서 마침내 재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익숙한 목소리에 얼어있던 한 조각 숨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 ? 너 지금 어디야? ”
ㅡ나 지금 당신 뒤에 있어요.
준비 된 대답이 나오지를 않았다.
옆구리에서부터 밀려오는 끔찍한 통증에 금세 눈앞이 아득해졌다. 어찌나 금세였던가, 눈을 깜빡이는 것 보다 조금 더빠르게 땅바닥으로 고꾸라진 그녀는 간신히 입술을 달싹였다. 아. 재프, 재프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