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켰어. ”
온종일 뚱하게 앉아있던 그가 한참만에 꺼낸 말이었다.
머리도 꼬리도 없이 몸통만 홀라당 투척한 그가 약간은 멍한 얼굴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 젠장. ” 욕짓거리 하는 그에게 페무토가 질문했다.
“ 들키다니. 누가? 누구한테? 그리고ㅡ대체 무엇을? ”
“ 내가. 인간에게. 이 녀석 안에 내가 있음을. ”
말하고 나자 괜시리 더 짜증이 오르나 보다. 턱을 괸 손이 투둑 투둑 신경질적으로 볼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나 참. 뭐 그런 걸로 짜증인가, 너는. ” 어깨를 으쓱한 페무토가 아무도 손 대지 않는 만찬 속에서 사과 한 알을 집어 들었다. 반들 반들 윤이 나는 껍질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고는, 이내 새침한 얼굴의 그를 향해 일부러 더 성의 없이 사과를 던져 줬다.
이 쪽은 보지도 않고 있던 주제에 절망 왕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 손 만으로 능숙하게 날아 오는 사과를 캐치했다.
“ 자기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한 거 아닌가?
신들의 의안은 원래가 그런 용도의 눈일세. 그것에게 들키는 건 어쩔 수 없는 이 세계의 순리이네, 절망 왕. ”
“ 그 녀석 얘기가 아냐. ”
“ ……하아? ”
“ 그 녀석한테 들킨 게 아니야.
의안 꼬맹이, 아직 두 번 밖에 안 만나봤거든. ”
내가 한 번 윌리엄이 한 번. 그러니까 들키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설명한 그가 와락 콧잔등을 찡그렸다. “ 이거한테 들켰다고. 이거한테. ” 의미 모를 말을 중얼거린 그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 신들의 의안을 가진 것도 아니고, 송곳니 사냥꾼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일반인한테 들켰어. 이름 이외의 내 모든 걸. ”
“ 오오옷! 그게 정말인가? 이 무슨 특별한! ”
절망 왕의 말에 페무토가 두근 두근 잔뜩 상기 된 목소리로 환호성을 질렀다. 천 년도 넘게 지루하던 일상에 모처럼 한 줄기 흥미가 보이려 하고 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당장 구경가야겠어! 한껏 설레어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던 찰나 절망왕이 눈썹을 찌푸리며 소리 없이 그를 저지시켰다. “ 설레발부터 치기는. ” 말하는 어투가 새까만 불만으로 덕지 덕지 점칠 되어 있었다.
마냥 손 안에서 굴리고 있던 사과를 와삭, 거칠게 배어 문 그가 씹어 뱉 듯 덧붙였다. “ 그 꼬맹이, ”
“ 그냥, 평범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