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얼마간은 단순한 꿈의 연장선인줄로만 알았다. 감긴 눈 너머로 조곤 조곤 얌전한 목소리가 머리맡을 간질이고 있었다.


낮고 부드러운 음색. 물 흐르 듯 자연스러운 회화.


아. 그 사람이구나. 메리는 머리맡에 있는 이가 그녀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공기가 차다. 어깨를 움츠리고 이불 안에 숨긴 몸을 조금 꿈틀거렸다. 높낮이가 적은 목소리는 어딘가 자장가를 닮아 있어서 금방이라도 다시 잠에 빠져들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빠지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딱 한 번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져 준 그 사람의 손길은 정말로 상냥했지만 사실은 그마저도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상쾌한 바람, 포근한 이불. 그리고 그녀의 예쁜 목소리가 한 데 어우러져 메리로하여금 어릴적 꿈의 나라로 인도하고 있었다.


그 날 밤, 바로 그 시간. 그 사람의 이질 적이던 그 말 한 마디를 듣지 못했더라면.
메리는 이 날 자신이 곧장 잠의 수마에 빠져 들지 않았음을 신께 감사드렸다.



“ 그런데요. 
블랙 형님 되시는 분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아. 하나님.
맹세컨대, 처음 만났을 때 말곤 단 한 번도, 그 사람은 윌리엄에게 경어를 쓴 적이 없었어요.

그녀는 윌리엄을 늘 ‘ 윌 ’ 이라고 불렀다. 애정과 친근함을 듬뿍 담아.
ㅡ메리 이외에 타인에게 윌리엄의 얘기를 할 때를 제외하고.



“ ……뭐? ”



허를 찔린 그가 허망스럽게 질문했다.
메리는 잠꼬대인 척 배개에 얼굴을 묻었다. 염치도 없이 자꾸만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건 세상에서 처음으로 윌리엄 속 그를 알아차려 준 유일한 목소리였다.

04. 그 사람이 영웅일 수밖에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