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프와 그녀의 만남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되었다.



그 날은 아마도 헬사렘즈 로트 설립 이례 가장 무난하고 한갓진 날이었다. 대 붕괴 이후 삼 년, 그 삼 년을 샅샅이 뒤져 보아도 이처럼 평화로운 날이 없었다. 거리는 쥐 죽은 듯 잠잠했고 미친 약물 중독자나 이종족의 폭주 따위도 전혀 없었으며, 사건은커녕 그 흔한 노상강도조차 1도 일어나질 않았다. 덕분에 비밀결사대 라이브라는 결사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도록 조용하고 한가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재프라고 별 다를 건 없다. 평소에도 다분히 무사태평한 그는 한가함을 틈타 유유자적 잉여로운 한 때를 만끽하는 중이었다. 날씨가 좋으니 도박판이나 몇 번 돌고, 대낮에 무난하게 섹스도 좀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자 한량 흉내를 내며 휘적휘적 도시를 걸어 다니던 그는 그냥 공원 벤치에 앉아 줄담배나 뻑뻑 피우기로 했다.



아ㅡ아. 할 일 한 번 드럽게 없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터질 적엔 매일 매일 이런 나날을 꿈 꿔 왔는데, 막상 이 쯤 되니 슬슬 일이나 하나 터져주었음 하는 마음이다.

라이브라는 다 좋지만 사생활을 함께 즐길만한 친구가 부족했다. 나리나 스티븐이나 둘 다 워낙에 샌님 스타일인지라 같이 놀러 다닐만한 군번이 못 되었고 체인 그 개년은 말해봐야 제 입만 아팠다. 그나마 만만한 재드와 레오는 웬걸, 온 종일 코빼기도 볼 수가 없었다.



“ ㅡ신입 주제에 말이야. 감히 선배를 뺑끼치고 지들끼리만 희희낙락 놀러 갔단 말이지? ”



소리 내 중얼거리자 새삼 생선 대가리와 음모 머리를 향한 분노가 끓어오른다.

여섯 개 하고도 반 개피 째에 접어 들 즈음 재프는 결국 피우던 담배를 땅바닥에 튕기듯 던져버렸다.
입 안이 텁텁하여 이 이상은 도저히 무리였다.


구둣발로 담배를 비벼 끄는데, 때마침 배꼽시계가 요란스레 알람을 울렸다. 등받이에 기대어 하늘을 보자 해가 벌써 중천에 있다. 어쩐지 뱃가죽이 땡기는 것 같더라니. 슬슬 뭐라도 집어 먹어야 할 시점이 된 거 같다. 혼자 먹긴 싫은데. 아침 댓바람부터 공복으로 도박에 섹스에 담배까지 강행한 덕에 입맛이 요만큼도 돌질 않는다. 잭 앤 로켓은 엊그제도 먹었고. 그 그, 음모머리가 자주 가던 레스토랑이 어디더라… 요기만 대충 때울 생각으로 재프가 행선지를 고르고 있던 중이었다. 문득, 어디선가 낯익은 실눈의 꼬부랑 머리가 공원 끄트머리를 알짱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오. 재프가 반색했다.



“ 야, 음모!! ”



너 이노무 쉑이!!

01. Zapp Renfro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