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물어볼 게 뭔데? ”
원래도 쌀쌀맞았는데 날씨마저 추우니 건네지는 말투가 평소의 곱절로 더 냉랭했다.
아으 춥다. 앓듯이 중얼거린 녀석이 쨍하니 언 코 끝을 목도리 안에 박고 웅얼거렸다.
“ 에. 그게 있죠.
블랙은 검은색을 좋아할까요, 아니면 하얀색을 좋아할까요? ”
“ ……어? ”
“ 멕베스 남매가 좋아하는 색이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갑을 준비했는데, 뭐가 더 어울릴지 잘 모르겠어서. 조언 좀 구하려구. ”
“ 그러니까 너. 지금. 고작 장갑 색깔 물어보겠다고 날 불렀단 말이야? ”
“ 고작이라뇨. 저 여기서 일주일이나 기다렸다고요. ”
대체 왜 이제야 온 거예요? 녀석이 원망 어린 눈으로 자신을 흘긋거렸다. 아니 그럼 그게 고작이지 설마하니 무려 씩이나 될까. 그깟 장갑 색 때문에 이 엄동설한에 일주일 씩이나, 올지 안 올지조차 불확실한 상대를 무작정 기다렸다는 녀석의 사고방식은 정말이지 기함할 만 했다. 12월에 홑옷 차림인 윌리엄과 비교해도 월등히 더 한심하다.
젠장. 이딴 걸 만나서 대체 뭐에 써먹겠다고……
후우. 한숨 쉰 그가 귀찮음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 “ 블랙. ”
“ 블랙은 블랙, 화이트는 화이트. 됐어? ”
“ 맙소사,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녜요? ”
“ 뭐 어때. 이제 됐지? 나 간다. ”
“ !? 잠깐만요! ”
미련 없이 등을 돌리는 자신의 행동에 녀석이 당황하며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슬금 오른 눈썹을 올리고 녀석을 바라보자 대뜸, 그러나 눈에 익은 모양으로, 녀석이 배시시 소리 없는 웃음을 만면에 드리웠다.
자글 자글하게 변했을 콧잔등은 여전히 목도리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지만 겹겹이 둘러 놨던 것들을 한꺼풀 한꺼풀 푸르는 녀석에 행동에서 금새 코를 장식한 작은 주름들이 제 모습을 뽐내었다.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감색 털실이 가느다란 손가락을 삼키듯 감쌌다.
사실 당신이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며. 녀석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