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묘하구만, 미묘해. ”



“ 미ㅡ묘ㅡ해! ”
의자에 앉아 깍지를 끼고 있던 페무토가 영국 베이커 가에나 있을법한 소시오 패스 탐정 같은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제는 안 그랬냐 만은, 이 엄동설한에 기별도 없이 찾아 온 절망 왕의 모습은 아주 매우 몹시도 미묘하였다.
하얗다 못해 파리한 빛마저 도는 낯짝이 딱 엊그제 얼어 죽은 시체상이다. 표정 또한 별미였다. 아무리 밖이 추워도 그렇지 딱딱하게 경직 된 그의 얼굴 근육은 죽음의 문턱에서 저승사자와 마주친 사람 같기도, 반대로 스튜 속 삶은 당근을 삼키는 어린 아이 같기도 했다.


흐음~. 흐으으음~!
오뚝이 뒤뚱거리듯 까딱 까딱 고개를 흔든 페무토가 거만한 검지를 척 세웠다.



“ 밖이 꽤 많이 추울 텐데. 손에 든 목도리는 설마 컨셉 인 건가, 제군? ”



그다지 멋져 보이는 컨셉은 아닌 것 같네만? 소소하게 제 의견을 어필하자, 발에 압정이라도 박힌 건지 문턱을 밟은 채 내내 망부석처럼 서있던 그가 처음으로 반응을 내보였다. 움찔. 절망 왕의 눈썹이 짧게 경련했다. 오호라? 가면 뒤 페무토의 눈이 반쯤 가늘어졌다.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향기로운 비 일상의 냄새가 나!



“ 이건, ”

“ 오오! 잠시만 기다려 주게 절망 왕. 내가 한 번 맞춰 봅세. 음.
감색 털 목도리. 흔하고 무난하고, 마무리도 좀 허술하군. 손으로 직접 떴나 보지? 그냥 저냥 평범해. ”




으흠 으흠. 탐정 연기에 지나치게 몰두한 페무토가 씨익 입 꼬리를 끌어올렸다. 빙고.



“ 그래. 그녀로군! ”



뻔히 보이는 사실을 한껏 과장해 외친 페무토가 극적인 제스처로 벌떡 자리를 박찼다.
성큼 성큼 그에게 다가가, 취조하듯 한 바퀴 그의 주변을 돌았다.



“ 그래서ㅡ 대체 어떤 기분이 들었나, 절망 왕? 이 성스러운 성야 날에, 그녀와 만난 소감은? ”

“ 이깟 일에도 굳이 소감 같은 게 있어야 해? 별로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니잖아. ”

“ 특별하지 않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

“ 말도 안 되는 건 너지, 타락 왕. 이게 뭐가 특별해.
그렇게나 특별하면, 이거 네가 가지던가. ”




자. 선뜻, 그가 들고 있던 목도리를 페무토에게 건냈다.
아무렇게나 움켜 쥔 목도리가 덜렁 페무토를 향한다.



“ 가질래?


고요한 밤, 거룩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