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앗, 비 오잖아?! 아…. 아직 집까진 한참 남았는데…."
들고 있던 책으로 머리를 어설프게 가린 채 뛴다.
"어?"
그러던 중 보이는 낯익은 뒷모습.
"부장님!"
빗속을 헤치고 반가운 듯 부장님에게 뛰어가자, 들고 있던 우산을 내게 좀 더 가까이 대주신다.
"부장님 맞으시구나. 아니면 어쩌나 했는데."
히지카타"훗, 부르는 목소리가 확신한 목소리 던데."
"들켰네…."
히지카타"비온다고 아침에 미리 예보했는데. 우산도 안 챙기고 뭐한 거야."
"아…. 전 일기예보 안보거든요. 보고 싶지 않아요."
히지카타"?"
"..그냥…. 뭐랄까…. 비 온다는 예보 듣기가 무섭다랄까…."
히지카타"..무섭다라…. 천둥 같은 걸 두려워 하는 건가."
"아뇨. 그냥…. 비요."
히지카타"비..?"
"네. 비. 비가 오면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들거든요."
히지카타"..날씨 타는 건가. 저기압이라 심리적으로 우울해질 수도 있지."
"..그런거면 다행인데…. 그런 게 아니라…. 음…."
히지카타"?"
"막.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
히지카타"..무슨 말인지 솔직히 모르겠군."
"그렇죠. 다 그렇게 반응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정말 그래요. 비 오는 날 아주 소중한 무엇을 잃어버린 그런 기분. 지금 도 그렇고요."
비 때문에 나도 모르게 또 우울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표정을 애써 고쳤다.
히지카타"잃어버리는 거라면 원래 잘하지 않나. 상당한 길치이기도 하고 말이야."
"아이 참, 그런 기분이 아니라니까요-!!"
그렇게 한참 부장님과 장난을 주고받던걸 끝낸 후, 어느 정도 조용해진 부장님과 난 말없이 빗길 속을 걷고만 있다.. 그런데 문득,
(행복해.)
시끄러운 빗물 소리와 빗길의 차 소리에도 선명히 들려온 말.
"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히지카타"응?"
"방금…. 분명히 행복해, 라고…."
무슨 소리냐는 듯 한 표정으로 날 내려보시는 부장님. 정말 아닌 것 같은 표정을 지으셨지만. 분명히 똑똑히 들려왔다.
"분명히…. 들렸는데. 행복해, 라고…. 분명히.."
히지카타"어, 어이? 왜 우는 거야?"
"..모르겠어요, 저도. 나 왜 우는 거지? 왜…. 왜 그 말이…."
한두 방울만 떨어지던 눈물이 어느새 연이어 떨어져 내렸고 곧 가슴 아플 정도의 이 유모를 슬픔이 파도 처럼 밀려왔다.
정말이야…. 무언갈 잃어버렸어, 나. 아주 소중한 무언갈….
"미안해…."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