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침대 위 곤히 잠들어있는 낯선 여자. 보내왔다던 선물이 저거란 말인가? '피식'하는 어이없다는 웃음이 흘러나온다.


그렇게 기대한 것도 아니지만. 무슨 생각으로 저런 걸 보내온 것인지 너무 뜬금없지 않나.


술이든, 약이든 그리고 여자든. 그런 시시껄렁한 쾌락 따위에 젖을 정도로 내 그릇은 작지 않다. 카무이 자신도 이렇게 생각하고, 그 주변 인물들 또한 질릴 만큼이나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살인귀 들린 무식한 괴물이라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가 무엇을 원하고 추구하는지를….


카무이"으음─"


그걸 알면서도 보내왔다면.


나와 동등한, 또는 강한 여자인 건가?


어느새 침대로 다가간 카무이가 여자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외모상으론 힘의 크기 같은 건 가늠할 수 없다. 그렇다면 흔들어 깨워 직접 부딪혀볼 수밖에 없는 노릇.


막 여자에게 손을 뻗으려던 중. 눈에 들어오는 어딘가 낯익어 보이는 물건 하나. 그것은 색이 옅게 바랜 담뱃대였다.


어디서 봤더라? 흔한 물건이고, 또 그런 것엔 관심을 두지 않는 자신이기에, 낯익어 보인다는 것은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카무이"분명…. 어디서…."


눈을 몇 번이나 굴리며 애써 생각해내려던 중,


(벌컥!)


아부토"어이, 제독!"


노크도 없이 방에 들어선 아부토의 등장에 잠시 그것을 멈추었다.


꽤 호들갑 서러운 걸 보니. 뭔가 귀찮은 일이라도 생긴 모양인가 보다.


몸을 돌려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카무이의 주위로 다가온 아부토가 침대 위 여자와 카무일 번갈아 보더니, 곧 이유 모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카무이"뭐야?"


아부토"아, 뭐. 네가 여잘 손댈 린 없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 괜한 노파심이었군."


카무이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짓자, 침대로 다가간 아부토가 여자 위 잘 덮인 이불을 걷어내었
다.

아부토"방금 귀병대 녀석들이 찾아왔어. 여잘 돌려받겠다며. 역시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봐. 일 처릴 어떻게 하는 것인지 원. "


그 말에 조금이나마 생겨났던 호기심이 한순간에 푹 꺼져버렸다. 하지만,


아부토"타카스기 녀석까지 직접 찾아온 마당이니까."


두 번째 말에 두 눈이 번뜩였다


카무이"멈춰 아부토."


변해버린 목소리톤. 녀석 곁에 오래 머물렀기에 지금 어떤 기분인지 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그 톤만으로도 대충 그려진다.


아부토"…?"


일단 여자를 들어 올리려던 손을 멈춘 아부토가 무슨 소리냐는 듯 표정으로 묻긴했지만. 왠지 낌새가 좋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카무이"그만 나가 봐. 여자는 두고."


또 무슨 일을 벌일 여고…. 묻는다고 답해줄 녀석은 아니지만. 뭔가 도화선에 불붙일 만한 궁리를 할것이란 건 알 수 있다.


말려본들 듣지 않겠지. 후에 뒤처릴 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부토"나도 이제 나이가 있다고, 제독. 적당히 해."


두 손 두 발 다 들고 천천히 몸을 물리는 아부토. 문득 카무이와 호센의 싸움을 중재하다 잃어버린 팔 부위가 욱신되어온다.
타카스기 신스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