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물론이고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전부 빗물에 젖은 여자. 꽤 오랫동안 이러고 있던 것 같다.



히지카탄 급한 대로 일단 자신의 제복 제킷을 벗어 여자의 머리 위에 씌어주었다. 어차피 이미 젖을 때로 젖은 여자에겐 무용지물이겠지만, 그렇게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숙어있던 고개를 천천히 올려든 여자가 히마리 하나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내 다시 푹하니 숙여버린다. 계속 이러고 있기라도 할 작정인 듯이.



히지카타"어이. 그만 일어나."



거센 빗소리에 목소리가 금방 묻혀버렸지만, 못들은 정돈 아니거늘 여잔 대답이 없다. 역시 일어날 생각이 없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혼자 두고 갈 수도 없다. 굵어질 때로 굵어진 빗방울과 바람까지 불어오고 있으니, 이런 악조건에 놓인다면 딱 앓아눕기 좋지 않은가.



결국 안 되겠다 싶은 히지카타가 여자의 손목을 잡아 일으켜 세웠는데, 의외로 여자의 몸이 가볍게 일으켜졌다. 라고 생각했지만,



히지카타"!"



몸이 세워지자마자 힘없이 축 늘어진 여자가 자신의 품에 넘어지듯 안겨졌다. 벌써 악조건이 갖춰진 건가…. 재빨리 여잘 잡고 있던 팔에 힘을 실어 자신에 가슴에 기대게 하여 완전히 넘어지는 것을 막아낸 히지카타가 여자 머리에 씌어주었던 재킷을 좀 더 끌어 씌워준다.



히지카타"괜찮은 거냐? 아, 일단 차로…."



이러다 큰일이라도 날듯싶은 조급한 마음에 여잘 차로 데려가려 하는데, 여자가 안겨있는 채로 자신의 윗옷을 꾹 잡아왔다.



히지카타"왜 그래? 혹시 못 걷겠으면 업히는 게…."



"저랑…."



히지카타"..?"



"저랑 사겨요."



그 말에 히지카탄 멍하니 굳어졌다.



뜻만 따져보면 눈이 맞은 남녀의 교제를 의미하는 단어. 교제신청이다. 허나, 지금 자신이 그런 걸 들을 상황이 아니기에 히지카탄 당연스럽게 멍해졌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뚱맞은 소리란 걸 깨달은 그가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여자를 내려다봤지만, 여잔 해명해주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과 사귀자는 말을 힘없이 되풀이 할 뿐.



실연이라도 당한 건가? 쉽게 떠올려지는 생각이었다. 이런 비바람 속에 맨몸으로 버티고 있던 것도 그렇고 돌연한 고백도 그렇다. 누군가와 교제해본 적은 없어서 실연의 아픔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드라마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쉽게 세뇌 대어 그런지, 그럴 수 있을 거라 자신을 이해시킨 히지카타가 다시 여자를 차로 데려가려는 듯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여잔 그러고 싶지 않은 듯 여전히 윗옷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버티려 애를 쓴다.



히지카타"어이, 너 정말 이러다 큰일나. 일단 차에 타서 얘기해."



조급한 마음에 화 묻은 톤으로 변한 히지카타의 목소리에도 여잔 굳히지 않았다.



히지카타"너 정말…."



"..사겨요, 나랑."



히자카타"…."



"나랑…. 사귀어줘."
역시 내가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