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늦은 밤. 평소보다 여자의 귀가시간이 늦어진다.


전화라도 해볼까 하고 몇 번씩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망설이던 중, 들려오는 미닫이 문소리에 긴토키가 안도의 짧은 한숨을 내뱉는다.


한마디 정돈. 오빠로서 한마디 정돈 할 수 있는 거 갰지.


여자의 발소리가 거실로 가까워졌을 때쯤 망설이다 입안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내려 고개를 돌렸다.


긴토키"너…!"


고개를 돌리자마자 딱 봐도 여자가 술에 취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 전화도 한 통 안 해주네 이제? 응 오빠?"


조금 비틀 이는 걸음으로 여자가 소파에 몸을 털썩 소리를 내며 앉혔다.


그것에 저절로 나오는 한숨과 함께 약한 두통이 밀려온다.


자신은 그 날 이후 혹시 실수라도 저지를까 무서워 술은 한 모금도 입에 않대고있거늘….


안쳐있던 몸을 일으킨 긴토키가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방으로 들여보내려는 듯 여잘 부축하려 손을 대자,


(탁!)


"싫어."


느릿한 손동작으로 그것을 쳐내버리는 여자. 술도 잘 못 마시면서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걸까.


긴토키"내가 손대는 게 싫으면. 네 발로 직접 방에 들어가."


아무렇지 않으척 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는지 화난 톤이 묻어나왔다.


"왜. 왜 전화도 안 해준 거야. 이젠 완전히 무관심하기로 한 거야?"


원망스러운듯한 눈빛 위로 맑은 물이 얕게 고여있다. 울 것 같은 눈이다.


긴토키"..방해 될까 봐."


그 말에 여자의 눈동자가 잦게 흔들렸다. 그리고 묻는다.


"그게 무슨 소리야?"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지금 내 역할에서의 대사는.


긴토키"그 녀석이랑 있는데…. 방해될까 봐."


여자의 눈시울이 급격히 붉어지다가 곧 물방울 하나가 주룩하고 가볍게 떨어져 내렸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 어?"


뒤이어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들. 예쁘지만 아프다.


긴토키"응. 방해되고 싶지 않으니까."


담담한 어조의 말과 표정. 여잔 그것에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몇 번이고 뱉었다. 그리고 흘린다. 눈물들을. 닦아낼 생각도 없이 그냥 내버려둔다.


그렇게 화난 듯 소리 없이 눈물을 떨구는 여자와 고개를 돌려 말없이 기다리는 긴토키. 이런 상황만큼이나 견디기 힘든 것은 없다. 울고 있는 여잘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그런 상황.


얼마후 다 울었는지 눈물을 거둔 여자가 붉어진 눈망울로 긴토키를 부른다. 목소리가 좀 전 보다 많이 안정적이었다.


"내가 다른 남자랑 같이 있어도 오빤 아무렇지도 않지?"


바뀐 말투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많은 생각이 요구되는 대답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정해져 있는 답을 해줘야 한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긴토키"응."


"그 남자랑 손잡고…. 키스하고 그래도. 아무렇지 않아?"


감정과 표정을 숨기고. 망설임 없이….


긴토키"..어. 네 마음이니까."


하지만….


"그럼…. 그 남자랑 자게 되도…. 그렇게 되도. 오빤 아무렇지 않아?"


-5편으로 이어집니다.
아주 커다란 무언가가 빠져나간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