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한참 깊은 시각. 혹시 나와줄 수 있느냐는 여자의 연락을 받고 곧장 달려나갔다. 이런 늦은 시간에 불러냈다면 무슨 곤란한 일에 처해서라고 생각했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동떨어진 이유에 순간 할 말을 잃었었다. 갑작스럽게 사귀자는 제안을 받은 순간만큼이나.


"같이 잘래요."


그 말에 히지카탄 굳어져 말문이 막혔지만. 여자의 표정이 읽히는 순간 소리 없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근처 모텔방에 들어와 버렸다.


방안에 들어선 둘은 말이 없다.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와 그 주위 의자에 앉아 무표정으로 담배를 태우고 있는 히지카타. 피우던 담배가 다 타들어 가고 새것으로 끼어 물때쯤 여자가 겉에 걸친 옷을 천천히 벗었다.


그것에 무표정했던 히지카타의 미간에 얕은 주름이 일어났다. 그런 히지카타의 표정을 눈치챘지만 별로 상관없다는 듯 겉옷을 벗은 여잔 윗옷 단추를 하나둘 풀러 내린다.


히지카타"그만해."


새로 입에 문 담배를 잠시 뗀 히지카타가 화난 목소릴 냈다.


"직접 하게요?"


단추를 풀러 내리던 손을 잠시 멈춘 여자. 세네 개가 풀러져버린 상태라 쇄골선이 적날히 드러나 보인다.


히지카타"마음에도 없는 소리 마."


"마음에도 없는 소리란 걸 어떻게 알죠?"


히지카타"연애한 번 못해봤다고 그런 눈치도 없을 것 같나? 장난은 그만둬."


"그럼 왜!"


히지카타"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잖아, 너. 또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대충 눈치채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색할 수 없었다. 꽤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분명 숨기고 싶은 일이 테니까. 그래서 히지카탄 여자가 먼저 얘기해주길 기다렸다. 물론 쉽사리 꺼내진 않겠지만.


다시 이어지는 정적. 하지만 가끔 짧은 한숨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곧 무슨 말을 꺼낼듯싶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조용히 여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풀어진 단추로 인해 드러난 쇄골이 눈에 들어와 다시 고개를 돌렸다.


히지카타"뭔데."


"남매는 왜 이어질 수 없는 걸까요."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일까? 아니면 공감해주길 바라는 질문? 알다가도 모르는 게 여자의 마음이지만, 지금 여잔 후자 쪽을 원하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역시 일반적인 대답을 해줘야겠지.


히지카타"윤리적으로나 또 과학적으로나 좋을게 못되니까 그렇겠지."


몰랐는데 막상 대답해주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다. 괜히 미안하고 불편해지는. 꼭 확인 사살이라도 시켜준 기분이다.


"애는 안 낳으면 되는 거 아닌가. 둘이 이어진다고 다른 누구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


여자의 말에 대답해줄까 말까를 고민하다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히지카타"...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세상은.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니까. 분명 누군가는 손가락질을…."


결국, 말을 끝까지 매듭짓지 않은 히지카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코 안 되는 일이기에, 제 오빠 녀석이란 놈도 애써 밀어내고 있을 테지. 그래서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거고.


전부 헤아릴 순 없지만 대충 그려지기만 하는 감정도 충분히 아팠다.


히지카타"네 오빠를 좋아하는 거냐."


여자의 흐릿한 눈매가 그 말에 제 모양을 찾아 커졌다. 그리고 곧 그것은 뜨거워졌다.


대답 없이 약하게 훌쩍이는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우는 것 같다. 오빠라는 말만 꺼냈을 뿐인데 여자에겐 곧바로 눈물이 차오를 만큼이나 큰 존재인가보다.


눈물을 닦아줘야 할지 말지를 망설이던 히지카타가 여자에게로 다가가 자신의 손대신 티슈몇장을 건네준다.


히지카타"더 커지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적응하면 돼. 지금처럼 도와줄게."


영웅 심리 같은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정말 그냥 그러고 싶다. 옆에 있어주고 싶다.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쪽을 택할 터라면 자신이 안고 가고 싶다. 힘들긴 하겠지만 분명 시간이 해결해 줄 테니까.


그렇게 울먹이는 여자의 옆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던 중이다.


쿵쿵하는 누군가 주먹으로 급하게 문을 두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크라고는 할 수 없는 소음이다.


이 늦은 시간에 그것도 모텔방에 문을 두둘길만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눈물을 거둔 여자도 조금 겁먹은 듯 자신을 바라보자 히지카탄 애써 웃으며 문 쪽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잠겨있는 문을 열었다.
묻어두려 애쓴 무언갈 흔들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