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타"아…. 짜증나네."


요즘 부쩍 이유 모를 짜증이나, 눈앞에 보이는걸 족족히 베버라고 싶은 기분이다. 대충 뭐…. 망할 히지카타 녀석 때문이겠지. 전처럼 여자에게 접근하려 해도 녀석이 여자와 마주칠 틈을 주질 않는다. 순찰시간은 그렇다 치더라도. 별것도 아닌 일들로 시간을 뺏는 임무 등을 시키는 바람에, 여자와 마주 친척이 거의 없다.


지금도 얼토당토않은 임무를 떠맡는 중이다. 굳이 자신까지 나설 필요도 없건만…. 그래서 그냥 빠져나와 텅 빈 홀 안에 앉아있다. 대충 시간이나 때울 겸 잠이라도 잘까….


막 고개를 묻으려던 중 누군가의 손이 어깨 위로 살짝 올라와 고개를 돌렸다.


오키타"..누님?"


얼마 만에 보는 걸까. 횟수로 치면 별로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왜 이렇게 오래된 마냥 느껴지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잠깐 뭘 좀 사러 나왔다가 신센구미 제복이 보이길래요."


봉투도 없이 하얀 병들을 품 안에 한가득 안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소독약처럼 보였다.


오키타"오랜만이네요. 보고 싶었어요."


기회다 싶어 무의식중에 나온 말일까? 직설적인 말에 여자가 놀랐는지 들고 있던 약병을 하나둘 흘렸다. 그러다 곧 줄줄이 흘려버린다. 데구루루 굴러간 것들이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더니, 몇 개는 의자 밑 구석으로 사라져버린다.


"아…."


당황하며 몸을 숙인 여자가 의자 밑 구석으로 들어간 약병으로 손을 뻗지만, 잘 안 닿는가 보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들은 주운 오키타가 그것을 의자 위 올려놓은 후 여자 쪽으로가, 의자 밑으로 손을 뻗는다.


깊게도 들어갔는지 몇 번이나 더듬어서야 손가락 끝에 병의 표면이 만져진다. 닿은 표면을 천천히 굴린 후 손안에 잡을 수 있었다.


오키타"여기요."


"아, 고맙습니다."


여잔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건네준 약병을 받았다.


오키타"또 흘릴 수도 있으니까 같이 들어줄게요."


의자 위에 놓인 약병들을 품에 안으며 여자에게 말했다.


"아…. 그럼 죄송한데…. 전 다시 둔소로 가야 해서요…."


지금 둔소로 돌아가면 분명 히지카타자식이 일은 어쩌고 왔느냐며 한소리 할 게 분명했다.


오키타"재수 없는 녀석."


혼잣말을 들은 여자가 놀란 듯 두 눈을 깜박였다. 자신에게 한 말인 줄 알았나 보다.


오키타"누님한테 한 거 아니에요. 어차피 둔소에 잠시 들러야 했으니까 같이 들어줄게요."


그제야 여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못 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