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하고 우리는 둘다 말이 없었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는데, 네가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바보같아?"


나는 조용히 네 말을 들었다.


"왜 항상 그렇게 혼자 생각하고, 혼자 판단하고...바보같은 말이나 하고.."


"....."


"난 긴토키 때문에 여기서 혼자 바보같이 펑펑 울고."


내게 말하는 네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다. 화난 듯 끊어 말하는 어조와는 대조적으로 여린 눈빛이다.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


"이런 것까지 닮고 싶지는 않았었는데."


네 눈에서 또르륵 흘러내리는 눈물.


"있잖아."


입술을 깨물며 말하는 너.


"한 번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잘 될 확률은 극히 낮대."


그 말에 나는 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너 또한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흔들림없던 눈동자가 한순간 흐려졌다.


"..자신 없으면, 지금이라도 두고 가."


"....."


"물론 긴을 내 삶에서 끊어내는 건 힘든 일이야. 많이 아프겠지."


왜 억지로 저리도 독한 말을 하는 것인지. 금방이라도 다시 울 것 같은 눈을 하고서.


"근데 이렇게 어중간하게 다시 시작해서 예전보다도 더 힘들어지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아."


말을 마치고 앙 다문 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 모습이 너무도 여려보여서, 어서 보듬어주지 않으면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가슴이 아파왔다.

아릿이 저려오는 가슴에 잠시 손을 얹어보았다.
심장박동이 아득하지만 선명하게 전해져왔다.

손아귀에서 우산이 떨어져나갔다.

나는 너를 끌어안았다.


"미안하지만."


굳어있던 네가 내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어깨의 옷자락이 조금씩 젖어드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 너를 두고 가기에는 아직 내가..."


잘 움직이지 않는 입술을 벌려 마지막 말을 뱉었다.


"...너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그칠 것 같지 않던 빗소리가 잦아들었다.



지나칠만큼 오래된 연인의 한가지 장점이라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더이상 말 한마디 오가지 않지만, 내게 안겨있는 너도, 너를 안고있는 나도.
그저 그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것.

때로는 서로의 그 무심함에 지쳐버릴 때도 있고, 너무 오래된 그 익숙함에 질려버려 잡고있던 손을 한순간 빼버릴 때도 있다.
긴 시간 동안 함께해와 생긴 그 거리낌 없는 편함이 변질되어 사소한 것조차도 말이 예쁘게 나오지 않아 상처를 받을 때 또한 있다.
가까운만큼 멀어진 사이에 이질감을 느껴 등을 돌리고 날을 세운 채 서로의 진심을 삐딱하게만 받아들여서, 오해가 커질 때역시 있다.
그렇게 가끔은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는 톱니바퀴처럼 마음이 어긋나는 때도 있지만.

계속해서 어긋나기만 하던 서로가 결국 다시 통하게 되는 때도, 분명 있다.

미안하다는 말 없이도 이미 서로에 대한 미안함을 느낄 수 있고.
나도 사랑한다라는 대답이 없어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다시 일어나면 자연스레 속도가 맞춰지는 서로의 발걸음을 따라 나란히 같이 걸어갈 수 있고.

오래된 연인이란 바로 이러한 것이겠지.


이후로, 이제부터 시계의 초침은 너와 나의 사이를 갉아먹는 게 아닌,
너와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 자리에 그냥 그대로 마주서있어도, 서로를 바라보며 편안하게 사랑할 수 있도록.

나와 같이 뛰는 네 심장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너를 놓은 걸 후회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