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네가 웃는 모습을 본 게 언젯적인지도 가물가물하다. 사이가 이렇게 되고 나서 네가 진심으로 소리내어 웃는 걸 본 기억이 없었다.
시간은 흐르면 흐를수록 너의 입가에서 미소를 지워갔다. 그리고 나 또한, 너를 웃게 만들어준 지 참 오래되었다.
타카스기처럼 어두침침한 녀석이야말로 널 즐겁게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우리처럼 싸늘하고 적적한 분위기 속에 숨막히게 하지는 않을테지. 그것만은 확실했다.
무엇보다 너는 그 녀석을 정말이지 좋아했으니까.
'진심이다. 널 울리지 않을 자신….'
'충분히 있어….'
머릿속의 나사가 다 풀리는 듯했던 그 녀석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미친듯이 울렁이던 마음은 어느새 가라앉고있었다.
너와 함께했던 지난 날들을 곱씹어보았다.
바라만보아도 좋았던 날에서부터, 하루에 눈 한 번 제대로 마주치기 힘든 근래의 날까지.
서로를 미워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서로가 정말로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가슴 한구석의 본심과는 달리 툭툭 튀어나오는 엇나간 말들과 무신경한 행동들은 하나같이 서로의 거리를 벌려놓았고 때로는 각자의 가슴에 의도치않게 비수를 꽂기도 했다.
우리는 그 잔인할만큼 무심한 태도를 서로 이해하지 못했고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들어갔다.
언제부터인지 너와 나 사이의 공기는 침체되어 얼어붙어있었다.
풀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나도, 너도 꽁꽁 뒤얽힌 그 매듭에 다가가길 망설여왔다. 그렇다고, 서로 무언가 결단을 내리지도 못했다.
아직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을까, 우리는? 아직은 사랑하기에 그랬을까?
너무 늦어버린건가. 이젠.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쓸어내렸다.
이 이상 어긋나기 전에, 이 이상 멀어지기 전에 그만두는 게 너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시간을 끌어봤자 너도 나도 더 아플 뿐이다. 이제 그만 이 괴로운 고민을 끝내고 싶었다.
후에, 지금 내릴 결정을 나는 후회하게 될까? 어쩌면 그렇게 되겠지.
너는 나의 오래된 연인이다.
입안이 썼다.
우중충한 하늘을 진회색으로 시커멓게 물들인 먹구름이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꼴불견인 모습으로 끝을 내고 싶지는 않았는데.
빗방울이 터지며 온 몸을 적셔왔다.
요녀석아.
희뿌연 시야로 올려다본 하늘은 흐렸다. 그리고 점점 더 흐려졌다.
너를 놓아주고 그 녀석한테 보내면 조금은 나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