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사카타 긴토키
추억이14페이지
좋은데-?
'그만. 그만둬, 긴토키!
신스케는 그냥. 그냥 날….'
'신스케는 어떻ㄱ…. 읏…!'
신스케만 불렀다. 신스케만을 말했다. 그 상황에서도 너는 고집스럽울만큼 타카스기 녀석만을 감쌌다.
그런 너를 보면서, 이제는 화가 나기보다는 쓰디 쓴 애달픔을 느낄 지경이었다.
나보다 그 녀석이 더 걱정되는 거냐.
왜 그녀석이 입 맞출 때에는 밀어내지 않은 거냐.
너에게 입 맞추던 타카스기 녀석의 모습이 생생히 떠올라 순간 또다시 솟구치는 분노에 주먹을 틀어쥐었다가도,
고함치는 나를 보고 물러서던 네가, 내 뺨을 때리고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네가 내 눈 앞에 그려지면. 결국 또 이렇게. 힘이 풀리고 고개만 숙이게 돼.
어디서부터 꼬여버린거야.
기억도 나질 않는다.
다른 평범한 연인들처럼 나름대로 알콩달콩했던, 그런 '연인다운' 나날들이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사실만이 분명할 뿐.
이제 그 시절은 조각조각 나뉘어 이따금씩 머릿속을 휘젓는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지금의 너와 나에겐, 볼 때마다 설레던 마음도, 꿈에서라도 더 만날 수 있을까하며 보고싶어하던 애타는 간절함도, 서로를 향해 건네던 살갑고 다정한 말들도 없다.
더이상 예전같은 어여쁜 애정은 없었다. 따뜻함을 잃어버린 사랑은 이미 서늘하게 식어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분명 그곳에 사랑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온기를 느낄 수 없다는 이유로 그곳은 텅 빈 것마냥 취급된다.
갈 곳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나는 거리를 배회했다. 뚜렷한 목적지없이 걷고 있었지만 무의식 중에 나는 너의 집으로부터 멀리 벗어나려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자리를 뜨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한시라도 빨리, 잠시라도 그곳을.
오늘따라 지나가는 행인도 드문 길을 홀로 걸으면서 생각했다.
이대로 너와 계속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사랑에 옳고그름은 없다하였다. 하지만 그 여부를 떠나서.
이대로 계속 '연인'으로 남아있으면 너는 행복해질 수 없는거냐.
슬프게도 우리가 연인이란 건 그저 연인이라는 이름 하나만이 그를 증명하고 있다. 그 관계의 무게는 변화를 싫어하는 현실과 흘러가는 시간만이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었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런 사이에서 네가 얻을 수 있는 행복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실소가 나왔다. 아마 예전에는 너에게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 어떤 상황이라도 너를 놓아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설사 네가 바람을 핀다고 해도 나는 너를 절대 놓지 못할 거라고.
그런데 지금 보니 너에게 했을 그 말을 지킬 수 없게 될 듯 싶었다.
지키지않는 게 더 이로운 약속도 있는 것일까?
툭.
아까 타카스기 녀석과 서로 칼을 휘두르면서 베인 작은 상처가 벌어졌는지 한가닥 핏줄기가 흘러내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쩌면 그 녀석과는 처음부터 완전히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을지도 몰라.
내 연인이 한 때 사랑했던 남자. 그리고 혹여.. 다시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는 남자.
전에는 너의 입에서 그 녀석의 이름만 나와도 왜인지 화가 났다. 네가 그 녀석의 얘기만 꺼내도 왜인지 이마에 핏대가 세워졌다.
불과 몇십 분 전만 해도, 나는 역시 그녀석을 보고 광분해 날뛰었었다.
그러나 그렇게 미쳐달려들었던 게 바로 아까 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너를 놓아주고 그 녀석한테 보내면 조금은 나아질까.
긴 - 은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