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귀가 후, 샤워를 마치자마자 일찌감치 잠자리에 누워버렸다.


오늘 하루는 완전 최악.


아니, 사실 완전 최악까진 아니고. 평소보다는 상당히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었다.


원인은 긴토키와의 작은 다툼 때문.
솔직히 다툼이라기보단 내가 일방적으로 화낸 것에 더 가까웠지만….


요즘 들어 그랬다.
하세가와씨와 술친구 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둘이 단순히 몇 잔만 걸치는 적당 선에서 끝내지 않고, 이차 혹은 심할 땐 삼사 차 까지 가는 경우가 요즘 다반사였으며. 또 오늘 새롭게 알게 된, 날 진짜 화가 나버리게 한 사실 하나. 요즈음 파칭코를 끊은 긴토키가 다시 그곳에 발을 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 엄청난 잔소리와 '너랑은 절대 결혼 안 할 거야'라는 협박성 맨트까지 던지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겨우 파칭코에서 발을 떼놓았더니만…. 다시 그곳에 발을 들이다니…. 그것도 술은 진탕 마시고 나서 덤으로….


과연 이 이상 것들로 화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당연히 화가 머리끝까지 났었다. 난 부처가 아니기에.


하세가와씨랑 전날 진탕 둘이 신나게 놀았던 것을 영웅담처럼 나누고 있는 둘 사이의 얘기를 우연히 듣지 않았으면, 아마 그대로 나만 모른 채 그냥 지나갔을 건 분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미 그것을 들었고. 화가 났고. 난 어느샌가 소파 위에서 깔깔대며 티브이를 시청 중인 긴토키에게 다가가고 있었으며, 곧장 큰 소리가 나올법했던 상황이었지만 애써 성질을 죽이고 어제 뭐 했는지 사실대로 말해보라는 최대한 점잖게 첫 마디를 꺼냈건만….


돌아오는 말이라곤, 듣는 둥 마는 둥 한 태도로 "술 먹었지 뭐했겠어~" 라는 거짓말이나 하고 앉았다, 이 천연파마가!


그래서 결국 화가 머리끝을 벗어나 지붕을 뚫고 나간 난, 그대로 티브이 코드를 뽑아버리고는 공포 분위기를 형성한 채 그렇게 일방적인 화를 덜컥 내비치고는 그대로 내분에 못 이겨 해결사 밖으로 나가 이렇게 집으로 와버린 것이었다.


술도 술이고. 파팅코도 파칭코지만. 거짓말까지 하다니…….


집에 도착한 후에도 부글부글 끓는 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괜히 거실을 정신 사납게 빙빙 돌다가, 화도 시킬 겸하는 마음에 그 길로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갔다.


쏴아아-. 하는 시원스러운 소리와 함께 그 물줄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흘려보내자 어쩐지 진정되는 듯 화도 조금씩 식혀졌고. 그 뒤에 드는 생각이라곤, 내가 벌컥 화를 냈을 당시 상당히 충격받은듯한 긴토키의 표정이었다. 뭐 당연한 반응이겠지. 평소에는 그렇게 크게 화낸 적은 없었으니까…….


그 뒤로 거품 칠을 끝내고, 두 번째로 물줄기를 맞고 드는 두 번째 생각 또한, 역시 너무 심했나, 내가? 라는 밀려오는 후회감. 하지만 이내 그것도 잠깐 이었고. 곧 그동안 속썩은 것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은 난, 그대로 마른 타올로 몸에 물기를 닦아내곤 샤워를 끝냈다.
긴토키와 싸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