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前:사카타 긴토키
추억이14페이지
좋은데-?
쯧.
들리지않을 정도로만 혀를 찼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장대비를 맞고있었던 건지, 그녀는 자그마치 닷새 동안이나 심한 고열을 앓으며 일어나지도 못했다.
아마 볼일을 보고 돌아오던 반사이가 길가의 담장벽에 기대 주저앉은 채 쓰러져있는 그녀를 발견해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훨씬 더 오래 앓았을 터였다.
울었나.
자고있음에도 표정이 평온치 못한 그녀의 곁에 앉아 그녀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조용히 물었다.
긴토키 녀석을 찾았었나.
대답을 바라고 물은 것이 아니였기에 방 안에는 다시금 정적이 흘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멍청한 놈 같으니...
그 녀석은 늘 그랬다. 지키겠다 하면서 정작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서투르고 약한 녀석이었다.
지금 역시, 아무리 사이가 소원해졌다지만 자신의 연인인 여자조차도 이렇게 두고있지 않나.
창턱에 놓여진 종이에 힐끔 눈길을 주었다.
어릴 때부터 편지 같은 것은 전혀 쓰지않던 녀석이었다. 애초에 한자도 온전히 못 쓰는 얼빠진 놈이었으니.
그런 녀석이 난생 처음으로 편지를 썼다. 그것도..
그녀를 잘 부탁한다는 한심한 내용으로 말이지.
엊그제 처음 그 편지를 읽었을때 나는 어이없음에 헛웃음을 터뜨려야 할지 아니면 기쁨에 미소 지어야 할지 몰랐다.
참으로 바보같은 녀석이었다. 눈을 부릅뜨고 죽일듯이 내게 달려들 땐 언제고, 그녀를 놓고 보내주는 꼴이라니.
그녀의 행복을 빈다 이건가? 네가 못해준 만큼, 나더러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라는 건가, 긴토키?
물론 그녀를 울리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웃게 해줄 자신도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행복하게 해줄 자신도 있었다.
적어도 녀석과의 그런 관계에 있는 것 보다는.
흘릴 눈물 다 흘리게 해 놓고, 그렇게 물러나버리면 괜찮게 끝날거라 생각하는 모양이군. 어리석게도.
곰방대를 피우려다, 그녀가 담배연기에 약한 걸 알고 도로 내려놓았다.
미안하지만 긴토키, 네가 괴로운 것만큼 그녀 또한 그 상처가 쉽사리 괜찮아지지는 않아.
보아라, 네가 떠나고 오히려 저렇게 며칠동안 앓지 않았나. 앞으로도 저리 아프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어. 몸도 마음도.
그렇다고 이전까지 지속되던 네녀석과 그녀의 그런 관계로 돌아가라고 하고 싶지도 않군.
그 상태로 계속 근근이 이어가봤자 서로만 힘들 뿐이다, 그런 사이는.
다시 그녀에게로 눈을 돌렸다. 무슨 꿈을 꾸는지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어찌하였음 좋겠나.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며 다시한번 물었다.
내가, 이 상황에서 무얼 해주면 좋겠나.
요 며칠 끙끙 앓는 그녀를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열이 사십도에 다다르는 와중에도 그녀의 말라서 튼 입술 사이에서는 이따금씩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보통사람이라면 알아듣기 어려울만큼 작은 목소리였지만 내 귀에는 분명히 들렸다.
긴, 이라고.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권태기란답시고 힘들게 했던 녀석이다. 원망스럽지도 않은 것인가.
분명 오랜 시간 그 서늘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마음고생을 많이도 시켰을 녀석일텐데, 왜 아직도 그 이름이 입에서 나오는 것인가, 하고.
긴토키 녀석은 네가 계속 자신의 옆에 있으면 행복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이대로 너를 내 곁에 두고 내 여자로 취한다 해도, 네가 정말로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그녀의 눈꺼풀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라.
그녀를 여전히 사랑한다면, 두번다시 울리지 않을 자신은 있나, 긴토키. 들리지않을 그 녀석에게 마음 속으로 물어본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속삭였다.
네가 원한다면, 그 바보녀석에게 다시한번 기회를 주어라.
그녀가 눈을 떴다.
차라리, 꼬마일 적 너의 맘을 받아주었다면 좋았을까.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를 부르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