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있고나서 긴토키를 날 쳐다도 보지 않는 듯 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긴토키에겐 항상 의지를 하고 있었다. 사귀기 전에도 사귄 후에도, 또한 권태기가 온 지금까지 그에게 의지하고 있단 생각을 했다.
그와 헤어진다는 것을 생각하진 못하고 있었지만 만일 그가 먼저 나보고 헤어지자고 한다면?
아마 난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만 같았다.
두려웠다.
그 상처를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긴토키가 너무나도 그리울 것만 같아서 그를 못 잊을 것만 같아서 아마 그런 생각을 안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관계는 솔직히 위기였다.
"있잖아 긴토키, 우리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뭔데?.."
긴토키가 이쪽을 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 잠시만 거리를 두는 것은 어떨까?"
"..왜? 그 동안 다른 남자라도 사귀어보게?"
"그런 말이 아니잖아."
그가 보던 티비를 끄고 일어서서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해."
그게 그의 마지막말이었다. 그 뒤로 긴토키는 방안으로 들어가버렸고 나같은 건 나가버리라는 식으로 문을 '쿵!'하고 큰 소리를 내며 닫아버렸다.
그 뒤로 몇일이 지났을까? 날짜감각이 무색해질 정도로 갑자기 일의 양이 많아졌다. 일이 끝나면 거의 새벽3시나 4시가 되서 집에 들어올 정도로 피곤한 날들이 이어졌다. 그런 많은 양의 일을 하면서도 긴토키가 떠올랐다. 왜 너와 거리를 두게 된건지... 실은 그럴 마음 전혀 없었는데...
오늘도 새벽 2시가 다 되어갈 때 쯤 집에 도착했다. 연속으로 밤을 새거나 일하는 바람에 몸살기운이 슬슬 올라오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전에 내가 아팠을 때 긴토키가 따듯한 죽을 가지고 왔었는데... 그가 나에게 연락을 한번도 안해서 화가 나서 그에게 꼴도 보기 싫다고 가버리라고 말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가 나에게 온 것은 나름 걱정해서가 아닐까 싶다.
아프니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가 소리질렀던 것도 그가 그런 행동을 해버렸던 것도 전부 나를 좋아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표현하는게 조금씩 거칠어져서 서로에게 엇갈렸던 것이었다고 결론이 내려졌다.
그 생각에 도달했을 땐 이미 나는 그를 떠올리며 울고 있었다.
"보고싶어... 만나고 싶어 긴토키..."
그렇게 지친 몸에 울다가 눈을 감으니 금방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다음날 아침 9시가 되어있었고 마침 임시휴업일이었다. 쉬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머릿속에 바로 긴토키를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꽤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기도 해서인지 괜스레 연애초기처럼 설렘이 물들어왔다. 약간의 화장과 옷차림에도 신경쓰고 그에게로 향했는데
"...뭔데? 거리를 두자던 사람이 찾아와선...그 얼굴에 그 옷은 뭐냐? 다른 남자라도 만났다가 괜히 찔려서 나한테 들리기라도 한거야?"
긴토키는 꽤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그런게 아니라!"
"그럼 뭔데?.."
긴토키의 집에 들어가자 쇼파에 그가 누워있다는 것에 눈치를 채고 말을 걸었다. 그러더니 저런 말을 하면서 나와 눈을 마주치고 일어났다.
"내가 왜 너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 해?...나는 그저 긴토키와 만나고 싶어서.."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울어버렸던 것 같다. 서럽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전부 나오지 못해서 터져버렸던 것 같다.
"..왜 우는건데... 나에게 상처준 건 너면서.."
긴토키는 나를 끌어앉으면서 말했다.
"미안해, 내가 뭐라고 했던거 미안해. 괜히 아파서 걱정되서 와줬는데 보기 싫다고 나가라고 해서 미안해."
계속 내 행동을 되뇌이면서 미안하다고만 말했던 것 같다. 그럴때마다 긴토키는 나를 더 꽉 안아왔다.
"....미안. 나도 너한테 표현이 거칠어진 것 같아."
긴토키가 말을 이어왔다.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나는 그의 품에서 울었고 그는 나를 꽉 안아왔다.
시간이 지나면 너와 나는 다시 원래의 사이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 돌아갈 순 없지 않을까?
비온 뒤에 땅이 더 굳건해지듯이 우리의 사이도 더 단단히 묶여져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The End-
無題 - 호루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