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이거원, 엄청 힘드네요."
드디어 다 뽑은듯싶어 지친듯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를 팔로 슥슥 닦고있었다. 아무래도 거의 하늘이 검어지자 향을 거꾸로 뒤집어 끈다음 털썩앉아 다시 남은술들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당신이없어도 에도는 여전히 아름답네요. 다시한번 그시절로 돌아갔으면......"
밑을 내려다보며 종이컵을 흔들거렸다. 이제 어둑어둑해져 에도에 상점가들이 다들 불을 킨듯 여전히 반짝이고있었다. 역시 그런거겠지. 그녀는 없어도 에도는 잘 돌아가고있구나.
"...요즘 당신과 똑같은 얼굴의 여자를 보았습니다. 물론 당신과 정반대이지만. 그래도..."
나는 받침대에있던 물건들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고 이제 갈시간이 된것같아 짐을지고일어섰다. 마지막으로 뒤돌아보며 무덤을 향해 웃어주었다.
"난 당신을 영원히 잊지않아요. 그러니까...언제까지나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언덕을 내려가던중 찬바람이 살짝 불어오는듯하더니 나의 손바닥위에 분홍빛이도는 벚꽃잎이 하나 내려왔다. 이건 설마..
'고마워.'
순간 그녀가 지나치면서 나무쪽으로 향하였고 나는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있었다.
"....닿을려해도 닿지는 않지만...계속 허우적대더라도 전 언젠간 잡을겁니다. 그러니까....그 언덕에서 영원히 기다려주세요."
나는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동시에 흘렸고 소매를 길게 늘어뜨려 눈물을 다시 닦아내리며 언덕을 내려왔다.
해는 점점 떨어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