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구라"...누님."
(그곳에 서 있는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고,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카, 카구라...")
카구라"누님... 카구라는...!"
(무엇보다도 먼저 들려온 그녀의 외침은, 마치 도망치려는 나를 붙잡아 두려는 것만 같았다.)
(".......")
카구라"카구라는, 누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해. 이곳에 오고 싶지 않을 땐, 오지 않아도 된다 해. 다만, 다음에 돌아오게 될 날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해... 그것마저 모르면, 기다리는 게 너무 괴로우니까... 누님이 없으면, 카구라는 건강하게 지낼 수 없다 해..."
(카구라는 문에서 손을 떼는 것조차 잊어버린 듯, 동상처럼 딱딱하게 굳은 채 초점이 흐려진 눈동자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카구라"어라... 누님의 파우치..."
(그러다 문득, 그녀의 시선이 내 파우치가 놓여 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녀는 다시금 나와 눈을 마주쳤다.)
카구라"그렇...구나..."
("...?")
(기분 탓이었을까, 그것은 어딘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지는 눈빛이었다.)
터벅 - . 터벅 - .
(마치 처음 봤던 모습이 전부 연기였던 것처럼, 그녀는 활력을 잃었을 뿐더러, 좀전까지 놀러갔다 온 아이의 모습이라고는 도무지 생각 되지 않을만큼 어둡고, 침울했다.)
(그녀가 나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내딛을 땐, 그 가녀린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눈에 다 보일 정도였다.)
쿵 - .
(내 앞에 다다른 그녀는 그대로 힘을 잃고 무릎을 바닥에 부딪히며 주저앉아 버렸다.)
카구라"누님은... 되찾아야 할 물건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와주는구나......."
(나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카구라"그렇게 단순한 걸... 어째서 난 이제와서야 깨달은 걸까......"
(그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이상한 불안감에, 나는 어떤 말이라도 꺼내보려 머리를 쥐어짰다.)
("저...")
(하지만 그 어떠한 말도 능숙하게 흘러나오질 않았고, 그 이전에 먼저 카구라가 말을 이어나갔다.)
카구라"누님... 누님의 가장 소중한 건... 뭐냐 해...?"
(어째서 그녀가 그런 것을 묻는 건지, 당시의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혹시 나의 소중한 물건을 빼앗기라도 하려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건...")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여기서 내가 잘못 된 대답을 돌려주었다간, 분명 이 아이는 나 때문에 자기 자신을 잃어 버리고 만다.)
(이 아이를 불안하게 만드는 일은, 이제 해선 안 된다.)
("그건... 당연히 카구라야... 내게 가장 소중한 카구라가 이곳에 있으니까, 난 돌아온 거야.")
카구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꺼내자, 카구라의 눈동자에 거짓말처럼 빛이 돌아왔다.)
카구라"정말...?"
("응. 정말.")
카구라"다행이다... 그럼... 누님은 반드시... 다음에도 여기에 와주는 거지 해...?"
("물론.")
(내 대답에 따라서 그녀는 삶의 빛을 잃거나, 되찾거나 한다.)
(그런 그녀의 앞에서, 나에게 무슨 선택권이 있을까.)
(문득 바라본 그녀의 웃는 얼굴은, 아픔으로 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