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을 보고난 뒤 그제서야 휴지가 다 떨어졌음을 깨달은 나는 문 밖의 사람에게까지 들리도록 큰소리로 외쳤다.)

카무이"뭐라구 - ?"

("휴지 좀 갖다달라고 -! 휴지가 다 떨어졌어 - !")

(나는 한 번 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어째선지 이번에는 카무이의 대답이 즉각 돌아오지 않는다.)
(왠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한데...)

(문득 허공에 노출되어 바람이 숭숭 지나가는 엉덩이에서 적잖은 찝찝함이 느껴진다.)

(도대체 뭐 하는거야? 이러다 말라붙겠다...)

(이윽고 문 바로 너머에서 헛기침소리가 들려온다.)

카무이"흠흠, 나야 -. 거기 휴지 없어 - ?"

("응. 갖고 왔지? 빨리 좀 줘.")

(나는 문을 살짝 열고서 그 틈으로 손을 내밀었다.)

카무이"글쎄, 별로 그러고싶지 않은데 - . 어떡할까나 - ?"

(그런데 갑자기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카무이가 휴지를 줄랑말랑 왔다갔다 거리며 나를 놀려댔다.)

("뭐 하는 거야 - ! 빨랑 내놔 - !")

카무이"화 내지 마 - . 지금 네가 화장실을 탈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내 손에 달려 있다 - ?"

(나는 순간 북받쳐오르는 짜증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지금 장난해 - ?! 장난 칠 게 따로 있지, 사람의 위생이 걸린 문제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다, 너 - ?!")

카무이"계속 화 낼거야 - ? 그럼 하는 수 없지 - ."

("카무이...?!")

(다급한 마음에 허공에 대고 손을 몇 번이고 쥐었다 폈다 반복해보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카무이"휴지도 많겠다, 이참에 코 좀 풀까나 - ?"

(이윽고 드르르르륵, 하고 엄청난 양의 휴지를 손에 감는 소리가 들려온다.)

팽 - !!!

카무이"아 - , 시원하다. 한 번 더 풀어야지 - ."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 .

(나는 내가 사용할 휴지가 점점 줄어듦에 따라 속으로 애간장을 태우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다 휴지 다 쓰겠다 - !")

카무이"걱정마 - . 아직 네가 쓸정도는 남아 있으니까. 내가 코 한 번만 더 풀면 사라져버리겠지만 - ."

("뭐...? 아, 안 돼 - !")

드르르륵 - .

(이윽고 뚝, 하고 휴지의 끄트머리가 떨어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 휴지를 향한 간절함을 담아 그에게 손을 뻗었다.)

카무이"큭큭큭... 어떻게 할까나 - ?"

("카무이 - ! 부탁이니까, 그 휴지 이리 줘 - !")

카무이"맨 입으로 - ?"

("뭘 원하는데 - ?!")

카무이"글쎄 - ? 뭐가 좋을까 - ?"

("빨리 말해, 여기 있는 쓰레기통 확 던져버리기 전에 - !")

카무이"뭐어 - ? 이거 안 되겠구만 - . 미안하지만 휴지는 못주겠어 - ."

("카무이이이 - !!!")

(이 자식, 나가기만 해봐라 - !!!)
휴지 좀 갖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