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이보다 먼저 샤워를 끝마치고 여유로이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나는 이제 막 욕실에서 나와 얼굴이 붉게 상기 된 카무이에게 물었다.)

("괜찮아, 카무이?")

(어쩌면 내 얼굴도 그와 마찬가지로 상기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평소 잘 마시지 않는 술을 제법 많이 마셨기 때문이다.)

응... 문제 없어 - .

(그 때 이후, 사람들은 파티의 주인공인 카무이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지 않고서는 그냥 넘어 갈 줄을 몰랐다.)
(다들 카무이의 몸상태를 생각해 억지로 권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분위기이다보니 그도 나도 자연스레 술을 많이 마시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넌 - ?

(그는 아직 물기가 조금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넘기며 침대 위에 걸터 앉아, 누워 있는 나를 향해 평소와 같이 웃어보였다.)

너무 무리해서 마신 거 아냐?
술 잘 못하잖아.

("괜찮아. 이정도는...")

그래? 다행이다 - .

(취기 때문인지 아직까지 수그러들지 않은 가슴의 설레임을 끌어안으며, 나 역시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들은 한동안 그렇게 들뜬 기분을 한껏 만끽했다.)

어라...

(그 때 문득, 침대 바깥쪽을 향해 앉아 있던 카무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살며시 손을 뻗었다.)
(이윽고 내 다리에 그의 손끝이 닿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손은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려 발목 부근에서 멈추었다.)

이거, 부어올랐네...

(그의 손이 가리키고 있는 곳은 확실히 그의 말대로 커다랗게 부어올라 있었다.)
(어느새부턴가 통증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차마 그정도로 심한 상태가 되어 있을 거라고는 나조차 생각치 못했다.)

("그, 그러게...")

(단지 살짝 삐끗했을 뿐인데, 너무나도 쉽게 부어버린 허약한 자신의 몸이 문득 원망스러워졌다.)

(한 편, 카무이는 안타까운 듯 한 눈빛으로 내 발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프지 않아...?

(이윽고 그가 조심스레 내 다리를 들어올려, 부어오른 발목 위에 입을 맞추었다.)

("........")

(피부로부터 전해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순간 내 머릿속은 꿈속에 있는 듯 뿌옇게 어지럽혀졌다.)
(마치 그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산을 헤메었던 고단함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 했다.)

("난 괜찮아...")

(내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그는 미동도 없이 그저 내 부어오른 발목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치만... 아파 보여 - .

("..........")

(나는 한동안 속으로 어찌할 줄을 몰라하다가, 끝내 그의 손으로부터 자신의 다리를 빼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째선지 쓴웃음을 짓는 카무이.)
(나는 애써 모르는 체 하며 거실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일기장을 가져다 다시금 그에게로 돌아가서 그에게 물었다.)

("카무이, 이게 뭔지 알아?")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무이 어머니가 쓰신 일기장이야. 읽어볼래?")

에...? 그런 걸 네가 왜 가지고 있어?

("그건... 비밀이야.")

(나는 애써 말끝을 흐리며 그에게 일기장을 건네주었다.)
(처음부터 대충 둘러댈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가 직접적으로 물어보니 이렇다 할 거짓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듯 하던 카무이는, 이내 내게서 일기장을 건네받아 천천히 내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아무런 말도 없이 표지를 덮어버렸다.)

("저... 뭐라고 쓰여 있어?")

그냥 시시한 내용이야.

(고생해 구해온만큼,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굼해하고 있던 나.)
(나는 애써 눈길을 피하는 카무이의 옷깃을 붙잡고 그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저... 조금만 읽어주면 안 될까?")

이런건 들어서 뭐하게? 정말 별 내용 없는데...

("부탁이야 - .")

(잠시 망설이는 듯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던 카무이는 이내 '알았어', 하고 짧은 대답을 내뱉고는 자신의 팔을 베고 편안하게 누운 뒤, 그 옆에 누우라는 듯 베게를 팡팡 두드렸다.)
(이윽고 내가 옆에 눕자, 그는 자연스레 한쪽 팔을 뻗어 나를 끌어안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일기장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시시한 내용 밖에 없다 - ?

(늘 그렇듯 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나는 마음 놓고 그에게 어리광을 부릴 수가 있었다.)

("괜찮으니까 얼른 읽어줘 - .")

네, 네 - . 어디보자...
카무이의 생일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