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태양을 가린 우울한 하늘, 비가 내릴 듯 내리지 않는 습하고 어두운 곳.)
(실질적으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지역은 아주 협소한 그곳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삭막함 그 자체였다.)
(함선에서 내린 나는 곧장 가까운 약상으로 달려가, 그곳의 주인에게 아부토에게서 받은 약초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나이가 제법 들어보이는 약상 주인은, 세월이 느껴지는 매마른 손을 뻗어 내 그림을 펼쳐보더니 잠시 내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주인"이건 요즘 못구해. 이건 이곳의 토박이한테나 듣는 약초인데, 아가씨가 가져서 뭐하려고?"
("제 친구가... 많이 아파요.")
주인"아가씨 친구가 여기서 태어났는가? 이름이 뭔데?"
(약상의 주인은 왠지 모르게 예리해진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카무이요...")
주인".........."
(그는 내 말을 듣는 순간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주인"그녀석 말인가... 어느순간 사라져서는 보이지 않더니... 살아 있었나 보구먼. 듣자하니 터무늬 없이 거대한 세력집단에 발을 들였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그가 묻고 있는 것은 아마도 하루사메에 대한 것. 그러나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카무이가 굉장히 열이 심해요... 그래서 그 약초가 반드시 필요한데...")
주인"아까도 말했다시피, 그 약초는 이제 아무데서나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여기 사는 사람들도 없어서 못 먹을만큼 귀해졌다고. 굳이 가져가야 하겠다면 저기 보이는 산에 가서 직접 구해야 돼."
("산이요...?")
(약상의 주인이 눈짓으로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 봉우리가 높게 솟은 산 하나가 보였다.)
(그다지 풀이 우거지지는 않았지만, 어지럽게 경사가 져 있어서 굉장히 험중해보이는 산이었다.)
주인"하지만 그만두는 게 좋아. 여자 혼자서는 위험하니까."
("그래도 가겠어요!")
주인"...굳이 말리지는 않겠네. 꼭 가야만 하겠다면 따라오게. 약초를 캐는 데 필요한 도구를 빌려주도록 하지."
(약상의 주인은 잠시 가게를 옆집 가게 주인에게 맡겨두고 앞장을 서서 어딘가로 향했다.)
(이윽고 그의 발걸음이 멈춘 곳에 다다르자...)
주인"거기 보이는 그 집이 옛날에 카무이와 그 가족들이 살았던 집이네. 내가 사는 집과 바로 마주하고 있지."
("저, 정말요...?!")
주인"여기서 잠깐 기다리게."
("예...")
(약상의 주인이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간 이후, 홀로 남은 나는 살며시 맞은 편의 집으로 다가갔다.)
(카무이와 카구라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그 집이, 바로 내 눈 앞에 있었다.)
("...........")
주인"그 집은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된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어느덫 도구들을 챙겨 바깥으로 나온 주인.)
(나는 곧장 그에게로 달려가 도구들을 건네받았다.)
("아... 그럼 계속 빈 집으로 있었던 거군요..." )
주인"그런 셈이지."
("저... 혹시, 저 안에 잠깐 들어가 봐도 될까요?")
주인"맘대로 하시게나."
(한 손에 팔토시와 낫 등이 들어 있는 바구니를 들고, 나는 다시금 그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섰다.)
(".............")
(내 기억속 어린시절 두 사람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집 안의 분위기는 왠지 모르게 따뜻하면서도 우울했다.)
(이제 더이상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집.)
(그곳에 깃들어 있는 그들의 흔적들이, 하나 둘 씩 시야에 비치기 시작했다.)
(가령, 낡은 우산이라던가 장난감 같은 것들이...)
삑 - .
(발에 밟혀 소리를 내는 토끼모양의 고무인형.)
(문득,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건 카구라 거구나.")
(그로부터 잠시 후)
(좀 더 집 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 나는, 그곳에서 나의 시선을 끄는 한 물건을 발견했다.)
("이건 설마...")
(그것은 먼지가 가득 쌓인 낡은 다이어리였다.)
(처음엔 그저 평범한 다이어리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그것을 펼쳐보고 난 후 난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물건을 발견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알 수 없는 문자로 가득한 페이지 사이로, 낡은 사진 하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진에는 아직 카구라가 태어나기 전의 어린 카무이와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웃는 모습이 조금은 어색하신 아버님과, 너무나 다정하게 카무이를 끌어안고 계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예상컨대, 그 다이어리는 카무이의 어머님이 쓰시던 일기장 같았다.)
(".........")
(한참을 멀뚱히 서서 망설이고 있던 나는, 끝내 그 일기장을 품 안에 넣었다.)
(진정, 그 물건이 있어야 할 곳을 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