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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입 안에 뜨거운 욕망의 흔적을 머금은 채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의 꼴이 되어버린 내 모습에 비해,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무이"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땐... 그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어.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지금 네 눈 앞엔 나 밖에 없어. 그러니까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을래? 거기에 대한 대답만큼은 상냥하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할게."

(".............")

(나는 한 층 더 거대해진 두려움을 차마 어찌하지 못하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카무이"어제 그렇게 당해놓고도 아직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는 거야...? 괜히 나중에 울면서 후회하지 말고 부탁이니까 내 이성이 날아가버리기 전에 불러줘. 나... 오늘은 미치고 싶지 않아. 이름을 부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그리고 더욱 더 세차게 저어, 강력한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

("네 이름따위 이젠 몰라... 잊어버렸어.")

(이윽고 잔인한 한 마디의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 그의 얼굴은 점차 커다랗게 자라나는 증오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카무이"아... 하핫... 아핫... 핫... 하하하하하하하...!!!"

(본 모습을 드러낸 온갖 사악한 감정들이 그의 웃음소리와 함께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솟아올랐다.)

(등골이 오싹해진 나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그에게서 멀어졌다.)

(그러나...)

덥썩 - .

("으읏 - ...!!!")

(진심으로 도망쳐야겠다,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전에 내 몸은 그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카무이"아아... 뭔가 새로운 게 나왔네 - . 나, 잠깐이었지만 조금 당황해버렸어 - .
그도그럴것이, 지금까지 없었던 반항법이잖아 - ."

("............")

카무이"이젠 나에 대한 걸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가보구나 - .
아니면 자기 보호적인 차원에서 저절로 잊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 . 아하핫 - !!!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스스로 도망을 치는 것도 소용 없다는 걸 깨닫고 난 다음엔 결국 기억상실을 택한 거야 - ?
이젠 내가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영역에서 방법을 찾아보겠다, 이거구나 - .
나름 칭찬해줄만 한 걸 - . 점점 더 오기가 끓어오르는 것 같아 - .
니 생각이 그런거라면 나도 그에 따른 대응을 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 ?"

(상처입히고, 상처를 입고... 그러한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 된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스며들어 절망의 끝을 속삭이는 순간까지도...)

카무이"신은 어디에 있는 걸까 - ? 왜 네 기도는 들어주지 않는지 나도 정말 궁굼해질 정도야.
그도그럴것이, 망각이라는 건 보통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고 난 다음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되는 거잖아 - ?
어디 한 번 믿어보도록 해봐. 나를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 그게 가능한지, 어떤지 이번 기회에 내가 확실하게 확인시켜 줄 테니까."

(아마도 절대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몸에 숨이 붙어 있는 한...)
친구들의 이름을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