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호롱의 아름다운 빛깔이 캄캄한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요시와라.)
(이곳의 생명들은 아침이 아닌 달이 떠오르는 한밤 중에 깨어나기 시작한다.)
(하룻밤의 몽환적인 유희를 위해서 화류가를 찾는 사내들.)
(그리고 그런 사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 몸을 수려하게 치장하는 게이샤들.)
(서로를 향한 달콤한 속삭임으로 떠뜰썩한 가운데, 홀로 앉아 술 잔을 기울이던 나는 때가 됐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운명처럼, 그녀는 내 앞에 나타났다.)
아게하"어머나, 처음 뵙는 분이시군요. 요시와라엔 처음이시옵니까?"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있는 나를 사내로 착각한 듯, 그녀는 의례적인 접객용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아게하"그럼 소인은 이만..."
(이윽고 그녀는 자리를 떠나려 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오른팔을 덥썩, 붙잡았다.)
("잠깐 기다리시오.")
아게하"...죄송합니다만, 다른 게이샤를 찾아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저에게는 달리 모셔야 할 분이 계시므로."
(문득 뒤를 돌아본 그녀는, 교활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츠쿠요씨의 말을 들은 바, 그녀는 현재 게이샤로 위장해 요시와라에서 자신의 집단에 대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언뜻 보면 일반 게이샤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
(나는 그런 그녀의 두 눈동자에서 피어나선 안 될 검은 불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불꽃을 꺼트리기 위해, 어색한 사내연기를 하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난 당신에게 볼 일이 있소.")
아게하"이런... 끈질긴 분이시군요. 당신은 강한 분이신가요? 전 강한 사내가 아니면 몸을 바치지 않습니다."
("호오...?")
아게하"각지의 세력가들이 모두 자기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한 때, 세상에 불어닥친 이 썪은 내 나는 바람을 잠재우려면, 강한 힘을 가진 사내의 피가 필요하지요. 이런 말씀, 실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을 듯 하군요."
("그래서, 당신이 사내를 유혹하는 이유는 단지 그가 강하기 때문, 이란 말이오?")
아게하"이의라도 있으시옵니까?"
("..............")
(그녀가 내게 묻자, 문득 싸늘한 바람이 두 사람의 옆구리를 지나갔다.)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가하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게하"...?"
(이윽고,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