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높은 하늘에 떠 있던 태양이 붉게 물들고, 아이들이 뛰어놀던 놀이터는 어느덫 텅 비었다.)
(쏟아지는 빗물에 풀벌레 우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공간에 홀로 남은 나.)
(움직이는 그네로부터 끼이 - 끼이 - 하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 주변의 그 어느것도 나의 쓸쓸함을 위로해주지 않는다.)
(나는 줄곧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도는 기억들에 시름하고 있었다.)
("하아........")
...돌아가자.
(문득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본다.)
(좌절하고 있는 내 앞에, 어느덫 카무이가 서 있었다.)
(".........")
(나는 그에게 아무런 대답도 돌려주지 못하고, 다시금 고개를 떨어뜨렸다.)
(오늘만은 그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애당초 내가 카무이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하루사메를 빠져나온 것도, 그의 곁에서 그와 마주보는 것이 너무나도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가 날 위로한다 해도...)
부탁이야...
내 말 좀 들어줘...
(그가 무슨 말을 하던지 간에, 그러한 감정상태로는 무엇이든지 왜곡되어 들릴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얼굴을 보는 것도,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너무 힘이 들었다.)
(참을 수 없을만큼 괴로웠다.)
(그래서 외면하는 수 밖에 없었다.)
("듣기 싫어...")
(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그는 발걸음을 옮겨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한 쪽 무릎을 바닥에 붙여 앉으며, 내 두 손을 잡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문득 마주친 그의 두 눈동자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런 곳에 오래 있으면 감기걸려...
("저리가...")
네가 아프면 내 가슴이 아프니까, 이제 이런 고집은 그만 부려. 응?
("저리가라니까...")
...그런 차가운 말 하지마. 날 외면하지마.
("...............")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맴돌았다.)
불안하단 말이야......
("....?")
(이윽고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나의 의식을 깊은 상념으로부터 꺼내주었다.)
또다시 너에게 상처를 입히게 될까 봐...
("...........")
날 두고 가지마...
다시 돌아와줘...
(그는 살며시 고개를 떨어뜨려 내 두 손 위에 이마를 가져다 대었다.)
(그의 얼굴이 시야 한 가득, 그의 목소리가 내 가슴속에 울려퍼진다.)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눈물이 한 방울씩 새어나와 무릎 위로 떨어진다.)
울지마...
부탁이니까... 응...?
뚝 - . 뚝 - .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면 좋을 텐데...)
(왜 또 나를 울게 만드는 걸까.)
네가 눈물까지 흘릴만큼 그렇게 가치 있는 여자가 아니야...
("흑... 흑흑.....")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멈출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