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한창인 어느 날.)
(무수하게 많은 빗줄기가 구름을 적시고 땅을 적신다.)
(한 걸음, 한 걸음, 질척질척 - 하고 소리가 날 때마다)
(자연이 내 발을 절로 이끄는 듯 한 기분이 든다.)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이다. 오늘은...)
첨벙 - .
("카무이 - , 뭐해 - ?")
(한동안 부츠를 신고 물웅덩이를 뛰어다니거나 우산을 빙그르르 회전키기도 하며 기분전환을 하고 있던 나는, 어느덫 말이 없어진 카무이를 향해 소리치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한 손에 휴대전화기를 들고, 이유 모를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이윽고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그는 들고 있던 전화기의 화면을 끄고는 자신의 주머니 안에 넣었다.)
("...?")
(그의 행동으로부터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함을 느낀 나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 동그란 두 눈으로 그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왜, 왜 그렇게 봐?
("...미안한데, 잠깐 휴대폰 좀 빌려줘.")
아... 그건 좀...
(말끝을 흐리며 쓴웃음을 짓는 모습.)
(그는 내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안 돼?")
딱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좀... 곤란하달까...
("곤란하다니... 나한테 뭐 숨기는 거라도 있는 거야?")
그런 거 아냐...
("그럼 빌려줘. 잠깐 시계 좀 보고 돌려줄 테니까.")
으, 응...
(끝내 그에게서 휴대전화기를 받아낸 나는, 그의 메시지함을 확인해보았다.)
(말로는 시계를 본다고 했지만, 사실상 공원 정 가운데에 커다란 시계를 놔두고 굳이 휴대폰을 찾을 일은 없다.)
(결국 카무이도 그걸 알고 있으면서 내게 전화기를 건네준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한 편으로는 안심했다. 하지만...)
(".............")
(내가 '받은 메시지함'에서 발견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의 문자였다.)
하아 - ...
(할 말을 잃어버린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나의 옆으로, 문득 그의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