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던 물건들, 내가 입던 옷들,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서)
(나는 그의 곁을 떠났다.)

(헤어지는 게 아니다.)
(그저 그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것일 뿐.)

(아무것도 없이 달랑 몸만 빠져나왔지만)
(이제 어떻게든 혼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행여나 마음이 약해져서 그에게 돌아갔다간)
(그녀에게 다시 듣게 될지도 모른다.)

카요'당신은 카무이를 사랑하지 않잖아요.'

(그런 말을 한 번만 더 들었다간)
(그땐 정말로 내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 자신마저도 믿지 못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러니... 홀로 일어서야만 한다.)

("하아.........")

(...라고, 생각은 했지만)

끼익 - . 끼익 - .

(해질녘 텅 빈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한 시라도 빨리 카무이의 곁을 떠난다는 생각은 나쁘지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돈 한 푼 없이 집을 나오는 건 조금 바보 같았던 걸까...)

("이제 어디로 가면 좋지...")

(그녀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내가 카무이를 사랑하는지, 어떤지 그것은 둘째치더라도)
(내가 그의 보호 아래에서 안주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혼자가 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의 모습이 그 증거다.)

("............")

???"바보녀석..."

("...?")

(문득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온다.)
(어느샌가 내 눈 앞에는 익숙한 문양의 유카타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신스케...?")

신스케"...행복하게 살라고 보내주었더니...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거냐."

("난...........")

신스케"그녀석의 곁이라면 추한 것을 보지 않아도 되고, 흉한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여자문제로 마음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거라고 생각해서... 널 보내준거였다."

("나는.............")

신스케"결코 이런곳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혼자 한숨이나 푹푹 내쉬고 있으라고 보낸 게 아니야."

("..........신스케...")

신스케"...네 웃는 얼굴을, 난 가질 수 없다."

("......?")

(문득 그의 눈빛이 조금 살벌하게 변했다.)

신스케"돈으로 살 수도 없고, 기도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야."

(".........")

신스케"너의 마음이 날 향하고 있지 않는 이상, 무슨 짓을 한다고 하더라도 난 널 가질 수 없다."

("............")

신스케"아직도 모르겠나,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알아... 그치만... 흑...")

(나는 흘러넘치는 감정을 참을 수 없어서, 벌떡 일어나 그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그의 품에 안겼다.)

신스케"........"

("나... 이렇게 나약한 자신이 싫어...")

신스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신스케"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된다. 그저 평소와 같이 웃어라."

("..........")

신스케"난... 너의 우는 모습따위... 1분 1초도 보고싶지 않다. 그리고 그건 그녀석도 마찬가지다."

("흑.......")

신스케"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지금 당장 멍청한 그 제독녀석을 칼로 썰어버리고 싶을만큼 화가 난다만..."

("흑흑.....")

신스케"차마 그럴 수 없기에 두 손을 꽉 쥐고 참고 있는거다. 그러니... 울지마라."

("응.....")

신스케"이런곳에서 벌벌 떨고 있지말고 나와 함께 가자. 널 다시 그녀석에게 보내주려고 했지만... 네 우는 모습을 보고 그 바보같은 자식에게 화가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

신스케"...가자."

(나는 너무나도 힘들고 괴로워서)
(신스케가 내민 따뜻한 손을 거부하지 못했다.)
(혼자 일어서겠다는 자신의 결심을 져버린 것이 아니다.)
(그저, 잠깐만이라도 좋으니 친구인 그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래서... 그를 따라갔다.)

(8일 후)
안녕이란 말을 마지막으로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