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어쩐지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머리에서 열이 나고 가슴이 따끔따끔거리는 것이 몸상태가 여간 좋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갑판으로 나간 나는, 카무이의 방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카요"안녕하세요."

(하얀 백발을 휘날리며,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카요"카무이... 굉장히 슬퍼했어요."

(막 자리를 떠나려던 나는,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멈칫 하고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네...?")

카요"당신이 떠나고 나서... 여자도, 아이도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차라리 혼자서 살아가는 게 낫다고... 그렇게 말했어요."

("........")

(내가 모르는 카무이의 이야기)
(그녀는 알고 있다.)
(내가 그의 곁에 없던 시절)
(그녀가 그의 곁에 있었을 테니까.)

카요"그래서 저도... 차였죠."

("........")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았다.)
(그리고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그것은 듣고 싶지 않지만 들어야만 하는 상황)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카요"그당시 전... 카무이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여자'였는데도 말예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위처럼 가만히 그자리에 서있었다.)

카요"전... 좋아했어요. 카무이를..."

("........")

카요"왜냐면... 카무이는 다른 남자애들하곤 조금 달랐거든요."

(문득 그녀의 눈동자가 가늘게 휘어진다.)
(언뜻 보아도 남자들에게 인기를 끌것같은 얼굴)
(야토라곤 해도 한 없이 연약해 보이는 모습)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왠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카요"언제나 기억속에 존재하는 단 한 명의 여자만을 생각하고... 그 사람만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곁에 있지도 않는데..."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보이는 그녀의 표정)
(그녀의 마음은 진심인 듯 했다.)

카요"그런데도 전 그의 곁을 지켰어요... 그가 가장 힘들때 말이죠."

("........")

(문득 그녀가 내게로 한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카요"아무리 무시당하고, 거부당해도... 참고 견디면서, 그를 위로했어요."

(그리고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카요"당신은........ 카무이 곁에 있을 자격이 없어요."

("............")

(이윽고 그녀가 손만 뻗으면 닿을만큼 내게 바싹 다가섰다.)
(나는 나도 모르게 뒤로 주춤, 하고 물러나버렸다.)

카요"왜냐면... 굉장히 잔인한 방법으로 그를 떠났잖아요."

("........")

카요"그리고 그가 가장 힘들어할 때... 어디에도 없었잖아요."

("...........")

카요"...그렇죠?"

(나는 가슴을 찔러오는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은 조금도 틀린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카요"카무이는 당신의 곁에 있는 것보다 제 곁에 있을 때 더 행복해질 수 있어요. 그러니..."

("..............")

카요"당신과 같은 인간들과 어울리며 더이상 그를 불안하게 만들지 말고, 떠나세요."

("................")

카요"당신은... 카무이를 사랑하지 않잖아요. 그저 그에게 보호받는 삶에 안주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

("그만...")

(더이상 그녀의 말을 들었다간, 스스로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던 것들이 한 번에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점점 더 두려워졌다.)

카요"사랑받는다는 건... 굉장히 기분좋죠? 특히나 당신같은 경우는 자신으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전부 카무이가 알아서 해주니까... 더욱 그러겠네요."

("그만해요...")

카요"당신같은 사람보다... 내가 카무이를 더 좋아해요."

("...........")

카요"그러니... 떠나주세요."

("그만...!!!")

(나는 순간 이성이 끊기고 말았다.)
(그래서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밀치고 달려가버렸다.)
(카무이의 방에 달려가서,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간 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에게 소리쳤다.)

카무이".......?"

("카무이... 나...")

카무이"...응? 저기... 무슨 일이야? 숨을 그렇게 허덕거리고..."

("나............")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뱉으며 거친 호흡을 진정시킨 후 그를 똑바로 주시했다.)
(그리고...)

("이곳을........ 떠날래.....")

카무이"뭐.................뭐라고...?"

("카무이에게 보호받기만 하면서 살아가는 이런 생활...... 그만둘래...")

카무이"........."

("역시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나... 너의 도움 없이 이제 내 힘으로 살아갈래...")

카무이".............."

("안녕...")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그의 곁을 떠났다.)
안녕이란 말을 마지막으로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