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무작정 지구에 가고싶다며 카무이를 졸랐다.)
(그 결과, 카무이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지구에 와주었다.)

(무리를 시킨 것 같아 그에게 미안했지만, 그보다는 오랜만에 지구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공원을 산책해 기쁜 마음이 더 컸다.)

(간만에 평범한 커플들의 데이트를 즐길 수가 있었기에.)

(그런데, 문득 그와 나의 옆으로 우연처럼 한 명의 여인이 지나갔다.)

(긴 생머리를 풀어헤치고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늘씬한 여인이...)

(그녀의 휘어짐 없는 매끈한 라인에, 심지어는 잡티 하나 없는 다리는, 같은 여자의 입장으로써는 질투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카무이...!")

(무의식중에 어깨를 마주하고 선 카무이를 돌아본 나는, 마침 그의 시선이 그 여자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뜨거운 무엇인가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들끓어올랐다.)

응...?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카무이.)
(그러나, 그에게 화를 낼만한 구실을 확실하게 잡아낸 나에게 그것은 가식적인 연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너, 방금 저 여자 다리 쳐다봤지...!")

아니... 안 봤는데.

("거짓말하지마, 이 변태야...!")

안 봤다니까...

(나는 카무이에게 한껏 질투심을 분출해내고는 팔짱을 끼며 등을 돌려버렸다.)

(이윽고, 그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내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래... 봤어. 됐지?

(".........")

(그의 정직한 대답에도, 내 비뚤어진 마음은 결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근데, 의도 한 게 아니라 그냥 우연히 그게 내 시야에 들어왔을 뿐이야.
변태라니, 이상한 오해하지 마...

("그래, 의도 안 했겠지. 본능적으로, 무의식중에 시선이 향한 거겠지!")

무슨 말이 그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여자가 내 앞으로 지나간 거야, 내 시선이 그 여자한테 향한 게 아니라.

("됐어, 변명은 그만해!")

.............

(나는 두 귀를 꼭 막은 채 그에게 완강한 거부의사를 표했다.)

(그러자, 한동안 말이 없던 카무이는 어느덫 지쳐버린 내가 은근슬쩍 뒤를 돌아볼 때쯤 입을 열었다.)

있잖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쓸 데 없이 수려하기만 한 것들은 전부 없애버리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응......?")

사실 난... 줄곧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

실제로 아무런 힘도 없는 주제에, 홀로 반짝이는 것들을 보고 있으면 짜증이 끓어올라....
그런것들을 위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인간들은 더더욱.

전부 부숴뜨리고 싶어......

그러니까, 네가 원한다면 내가...
너의 주변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없애줄게...

어때...?

(문득 살기를 띈 눈빛으로 앞서 간 여자를 바라보는 카무이의 모습에,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방금 저 여자 다리 쳐다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