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카무이, 생각해봤는데... 카무이는 야토족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나 같은 인간이 아닌 야토의 여자를 만나야 하는 거 아닐까?")
(조심스레 말을 꺼내고 난 후, 갑자기 뒷덜미가 따끔, 하면서 오싹한 기운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그게... 무슨 이상한 소리야?
(카무이가 내 질문에 대답하며 뒤를 돌아보는 순간, 살을 찌르는 듯 한 살벌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미소가 사라진 얼굴과, 중저음의 날카로운 목소리.)
(그의 분위기에 압도 된 나는 차마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그의 시선을 피했다.)
말했잖아, 난 너 외의 여자는 원치 않는다고.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카무이가 그랬잖아... 야토로서 태어난 이상, 후세에 물려줄 더욱 강한 피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게, 야토의 숙명이라고...")
확실히 그렇게 말하긴 했지.
("하지만 야토의 피를 이어받은 강한 아이를 낳으려면 아버지 뿐만 아니라 어머니 쪽도 야토족이어야 하는 게...")
난 야토족의 미래를 위해 강한 아이가 필요하다고 했지, 그 아이가 반드시 야토여야 한다고 말 한 적은 없어.
설령 그렇다 해도, 뭘 어쩌자는 건데? 날더러 널 포기하고 다른 야토족 여자를 만나기라도 하라는 거야?"
("오, 오해하지 마... 난 그저 야토족의 미래가 걱정 되어서...")
무슨 걱정?
("그게... 카무이는 야토족을 이끄는 사람이니까,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할 것 아냐... 나... 너의 여자친구로서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해 봤어... 그러다보니 내가 정말 너의 곁에 있어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들어서...")
쿠당탕 - !
("...?!")
(갑작스레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고개를 들어올려 선명한 시야를 되찾았다.)
(카무이가 단단히 화가 난 줄 알고 지레 겁부터 먹고 있던 나였지만, 내 예상과 달리 시야에 비친 것은 바닥 위에 떨어진 책이었다.)
(좀 전까지 카무이가 읽고 있던 책 말이다.)
("............")
(텅 빈 두 손을 가만히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채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카무이는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리고는 내 양 팔을 붙잡으며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두 팔로 강하게 나를 감싸안았다.)
넌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네가 인간으로 태어난 건 하늘이 정해준 거고, 네가 인간이라서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내가 야토라서 네가 상처입을 필요는 전혀 없어. 넌 나한테 반드시 필요한 존재고, 그 때문에 여기 있는 거야.
죄책감 따윈 갖지 않아도 돼, 아무도 너를 꾸짖지 않아.
("카무이...")
걱정마... 내가 잘 할게.
절대로 널 힘들게 하지 않을게.
설령 모든 것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 해도... 너만 곁에 있다면... 난...
(그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나의 몸을 감싸는 그의 든든한 팔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멸족의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