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일을 끝마치고 돌아 온 카무이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두 팔과 얼굴에 감고 있던 붕대를 풀러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살며시 내게로 다가왔다.)

와락 - .

카무이"다녀왔습니다 - ♪"

(나를 품에 안고서 살랑살랑 좌우로 흔들며 장난을 쳐오는 그였다.)

카무이"하루종일 뭐하고 있었어? 나 많이 보고 싶었어?"

("응. 보고 싶었지... 근데 카무이...")

(그 때, 문득 그의 등에 차분히 가라앉은 땋은 머리가 흐트러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카무이"응?"

("머리, 많이 흐트러졌네. 다시 땋는 게 좋을 것 같아.")

카무이"음... 귀찮으니까 그냥 이러고 있을래 - ."

흔들흔들 - .

("커헉...!")

(제법 오랜 시간동안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 역시 그가 굉장히 반갑고, 기쁘다. 하지만...)
(지금 카무이는 평소보다 세 배는 더 높은 하이텐션.)
(덕분에 날 안는 힘도 극도의 위력을 발하고 있다.)

("수, 숨막혀 카무이...!")

카무이"앗 차, 아팠어?"

(그는 황급히 나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서 벗어나자마자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카무이"미안... 다음부턴 조심할게."

("응... 고마워...")

(웬만하면 아니 괜찮아, 라고 대답했겠지만...)
(그의 힘은 일반적으로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어섰기 때문에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보다 머리 다시 땋자. 지금 굉장히 많이 지저분해져 있어.")

(나는 그의 등 뒤로 다가서서 그의 머리카락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아름다운 붉은색에 헝크러진 머리는 어울리지 않기에.)

카무이"뭐 하려고?"

("내가 직접 땋아줄게.")

카무이"네가? 정말?"

("응. 그래도 되지?")

카무이"당연하지 - ♪ 네 손길이 닿는 거라면 난 뭐든 다 좋아..."

(이윽고 나는 그의 머리끈을 조심스레 끌러 세 갈래로 나뉘어진 머리카락을 일 자로 곱게 편 후, 다시 말끔하게 땋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듬성한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 넣고는 장난스레 손끝으로 두피를 간질이자, 그는 기분이 매우 좋은 듯 내게로 몸을 기울였다.)

카무이"네 손은 언제나 부드럽고 따뜻해... 난 이렇게나 차가운데 말야..."

("...그야, 난 언제나 집에만 있으니까 그렇지. 카무이는 지금까지 바깥에서 열심히 일하다 왔잖아.")

카무이"시시한 일이라 대부분 부하들에게 시켰지만... 뭐, 그런가?"

(그의 머리카락은 가다듬으면 가다듬을 수록 윤기가 흐르고 부드러워졌다.)
(여자로서 굉장히 부러운 정도의 관리상태라고나 할까...)
(문득 떠올른 아버님의 형상에 그 이유가 뭔지 대충 짐작은 갔다.)

("푸훗...")

카무이"갑자기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갑자기 누가 떠올라서...")

카무이"우리 아버지 - ?"

("에? 어, 어떻게 알았어...?")

카무이"........."

(이윽고 그는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며 삐친 듯 두 볼을 부풀렸다.)

("아니, 나는 딱히 그... 아버님의 두상이 떠올랐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

카무이"그런 거잖아...! 얼굴에 다 들어난다구."

("미, 미안... 난 그냥 네 머리카락 관리상태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어느새부턴가 나도 모르게 아버님의 형상과 대조시켜버렸어...")

카무이"뭐, 상당히 인상에 깊이 남을 광채라는 건 이해하지만..."

("푸훗...!")

(이윽고 그의 머리칼을 모두 땋은 나는 끈으로 약간의 끄트머리가 남은 부분을 묶어 그의 등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다 됐어. 어때?")

카무이"역시 내 여자야. 손재주가 좋네 - ♪"

("다음에 또 내가 묶어줄까?")

카무이"아니, 됐어. 네가 내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아버지의 두상을 떠올리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니까."
머리 땋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