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 .

카무이"...난데, 잠깐 들어가도 될까?

("잘 먹겠습... 어라?")

(라면을 끓여놓고 막 입에 넣으려는 순간, 갑자기 카무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 들어와...")

(나는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이내 그를 방 안에 들였다.)

덜컥 - .

(문을 열고 방 안으로 걸어들어오던 카무이는 잠시 멈칫, 하더니 이내 내가 먹으려 하던 라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카무이"이 냄새... 역시..."

("...무, 무슨 일이야?")

(이윽고 그가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방 한 구석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라면봉지를 발견했다.)
(문득 그의 눈썹이 희미하게 찌푸려졌다.)

카무이"정말... 많이 먹었구나..."

(".........")

(나는 살며시 집고 있던 라면을 내려놓으며 그가 바라보고 있는 봉지더미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기에 깨닫지 못했지만, 실로 엄청난 양이었다.)
(쌓여 있는 봉지더미, 그만큼의 라면이 내 뱃속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스스로도 놀라웠다.)

카무이"...그래도 굶진 않아서 다행이야."

(그는 봉지더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나를 등지고 서서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구, 굶다니... 내가 왜?")

카무이"글쎄... 그냥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니가 굶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했었어."

(".........")

카무이"최근, 식사시간에 늘 자리를 비웠잖아."

(이윽고 그가 방향을 돌려 나와 마주보며 말했다.)

(나는 살며시 시선을 모로 흘기며 그를 외면했다.)
(왠지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카무이"왜 그런 거야? 보아하니 다이어트를 하려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라면이 먹고 싶어서...")

카무이"그런거라면 정식으로 요리사에게 부탁하면 되잖아. "

("뭐랄까... 난 정식라면요리보다는 이쪽에 더 익숙해서...")

(화가 난 듯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카무이의 앞에서, 내 목소리는 스스로 듣기에도 위축 되어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보다는 사실 자신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 그게 결정적인 이유겠지만...)

카무이"...변명하지 마."

(".........")

(나는 그의 냉랭한 목소리에 입술을 굳게 닫아버렸다.)

카무이"역시... 먹고싶지 않은 거지? 누군가의 원한이 서려 있는 음식따윈..."

("난... 그저...")

카무이"말하지 않아도 알아. 이미 옛날에 네가 그 이유를 설명해줬거든."

(".........")

카무이"...너한테 선택을 하게 해줄게."

("...?")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제서야 그와 두 눈을 마주쳤다.)

카무이"하나는 바깥에 나가서 밥을 먹고 들어 오는 것, 다른 하나는 여기서 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 것. 그 라면은 버릴 거니까 어느쪽이든 하나만 택해."

(".........")

카무이"바깥에 나가면 난 더이상 관여하지 않을게. 뭘 사 먹든, 누군가의 집엘 가든 네 마음대로 해. 내가 바라는 건 네가 무언갈 먹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나는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으로 모든 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애당초 이것은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다.)

("여기서 먹을래...")

카무이"어째서...? 지금의 너라면 당연히 나가는 걸 택할줄 알았는데."

("나 때문에 네가 상처 입는 거, 더는 바라지 않아....")

카무이"........."

("카무이... 오해하지 말아줘. 이건 내가 가진 내면적인 갈등이지, 카무이 너랑은 아무 상관 없어. 이기적이란 걸 알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자신이 원하는 생활을 할 것이냐, 아니면 자신과 같은 인간들의 희생을 애도하면서 욕심을 눌러참을 것이냐, 그것을 고민해야만 하는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문제야. 그것때문에 네가 아파하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아.")

카무이"........."

("사랑해, 카무이. 역시 이런건 바보 같은 짓인 것 같아. 괜히 널 힘들게 만들고... 이제 더는 고민하지 않아. 난... 널 선택할 거야.")

카무이"진심이야...?"

("응.")

카무이"하지만... 괜찮은 거야...? 그런 선택을 해도..."

("무언가를 지킨다는 건 굉장히 숭고한 것 같지만 사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어. 그러니까 기왕 지킬 거라면 난 널 지킬 거야. 너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해적, 나는 일반인.)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이겠지만...)
(적어도 다시는 그를 상처입히지 않겠다고 말이다.)

카무이"하여간, 말이나 못하면..."

("하하핫, 내가 좀 말을 거창하게 했나?")

(카무이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면서도 기쁜 듯 한 두 가지 감정이 뒤얽힌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나도 그런 그와 마주보았다.)

(그렇게, 모든 게 다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가 싶더니...)

꼬르르륵 - .

(갑자기 내 배꼽시계가 울렸다.)

카무이"에...?"

(".........")

카무이"...그렇게 큰 소리는 처음 들어 봐. 정말 배고팠나보구나?"

("...놀릴 생각 마.")
라면만 먹는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