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저녘)

(새카만 어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헤메기를 한참동안...)
(나는 내가 마냥 죽은 줄로만 알았다.)

(".........")

(그러나, 어느새부턴가 새하얀 빛이 어둠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이것은 죽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카무이......")

(목소리도 잘 나오고, 자신의 손도 잘 보인다.)
(죽었다고 보기엔 조금도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니까, 난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무이...?")

카무이"........."

(높은 천장으로부터 시선을 거두어 옆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거기에 누워 있는 카무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카무이......")

(그는 두 눈을 꼭 감고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카무이"........."

(순간 불길한 기운이 가슴을 엄습해온다.)

("카무이...!!!")

(그의 몸은 상당히 커다란 부상을 입은 듯 하얀 붕대로 감겨져 있었고, 붕대에는 상처가 짓물러서 새어나온 피가 빨갛게 묻어 있었다.)

("카무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정신차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의 몸을 끌어안고 크게 소리쳤다.)

카무이"아야야... 아파라..."

(문득 품 안에서 들려오는 카무이의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와 얼굴을 마주보았다.)

카무이"그렇게 세게 끌어안으면 아프잖아... 뭐... 눈물 나게 행복하긴 하지만."

("카무이... 괜찮아?!")

카무이"응. 의사녀석이 붕대를 상당히 오버해서 감아놔서 그렇지, 별 거 아니야."

("도대체 어쩌다가...")

카무이"네가 떨어지는 걸 보고 순간 너무 놀라서 나도 무작정 뛰어내려 버렸어... 하핫...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결국엔 널 끌어안은 채로 같이 떨어졌고... 그때 오로지 두 다리의 힘으로만 충격을 흡수한 탓에 골절이 조금 생긴 거야."

("뭐, 뭐...?!")

(아무리 야토라지만 하늘에서 떨어지고도 골절로 끝이라니...)
(오히려 이쪽이 더 꿈만 같다.)

카무이"...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야."

("이 바보야... 왜 그랬어...")

카무이"왜 그랬냐니, 그야... 널 사랑하니까. 매일같이 지켜주겠다고 했던 건 그냥 의례적인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구."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카무이"...의사 말로는, 다신 다리를 못 쓰게 될 수도 있었대. 처신을 잘 한 덕분에 다행히 골절로 끝났지만... 설령 그러지 않았다 해도 난 후회하지 않았을 거야."

(".........")

카무이"널 잃을 바에야... 차라리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는 게 나아. 이깟 다리따위, 네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어딨어...")

카무이"미안... 걱정하게 만들어서..."

(".........")

(나는 두 눈을 비집고 새어나오는 눈물을 참아내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가 굉장히 속상해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그는 살며시 상체를 일으켜 내 몸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카무이"...야토의 몸은 인간보다 수십 배는 더 튼튼해서 웬만한 높이가 아닌 이상 떨어진다 해도 대처만 잘 하면 죽지 않아. 그러니까... 안심해."

("..........")

(가만히 그의 품에 안긴 나는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자신의 얼굴이 어느덫 눈물로 가득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무이"미안... 기껏해야 이런 식으로 밖에 널 사랑할 줄 몰라서..."
떨어진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