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무지 눈앞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두 눈을 뜨고 현실을 바라보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만 싶었다.)
(그래서 그 날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쾅 - !!!
(엄청난 파괴음과 함께 바닥과 천장이 떨리며 연달아 여기저기서 벽이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그것은 그 어떤 것에도 눈을 돌리지 않던 내가 의문을 가질만큼, 엄청난 소란이었다.)
덜컥 - .
(나는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면서도, 문을 열고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칼날의 검기(劍氣)였다.)
(나는 순간 제자리에 굳어서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예리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칼날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카무이"타카스기 신스케..."
신스케"죽어라... 카무이."
(카무이는 자신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드는 검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한 후 안전한 곳에 착지했다.)
카무이"나와 붙어보고 싶은거라면 상대해줘도 상관없지만... 지금 너의 눈은 그것과는 좀 다른데. 나를 향해 필요 이상의 살기를 내뿜고 있어. 내가 너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했던가?"
신스케"내가 바라는 유일한 소망을 네놈이 망가트렸다. 모르는 척 발뺌하려는 셈인가."
카무이"유일한 소망...?"
신스케"그녀석의... '행복'."
카무이".........."
("신스케......")
(전쟁이 끝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는 신스케.)
(신기하게도 그는 모든걸 알고 있었다.)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카무이에게 살해당했다는 것...)
(내가 행복을 빼앗겼다는 것...)
(전부 다.)
신스케"그녀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녀석이라면... 그녀석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 ...나와 마찬가지로 말이야."
카무이"........"
신스케"그러니 얌전히 물러날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 죽어라."
카무이"...미안하지만 그렇겐 안 되겠는데."
콰앙 - !!!!!!
(춤추는 칼날)
(무너지는 공간)
(흩날리는 피)
("............")
(한동안 그 모든 것들은 내 시야 안에서 사라질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