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무덤 앞)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었던 사람이 땅속에 묻혀 스며들어가고)

(나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높게 솟은 묘비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용서하라고........ 그 말은.... 이런 뜻이었던 거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묘비에 새겨진 그의 이름을 한 자씩 가슴속에 새겨가며)

("당신을 죽인 사람을... 천인을 용서하라는거야...? 그렇게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도 안 돼....")

(떨쳐낼 수 없는 고통을 끌어안고, 속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카무이"............"

(그때, 누군가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묘비 앞에 하얀 국화꽃을 내려놓았다.)

("여긴 왜 왔어...?")

(나는 사그라들지 않는 분노를 있는 그대로 표출해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카무이"모르고 죽였을 땐 그랬다 쳐도, 너의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

(그는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정중하게 묘비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죽은 자의 영혼에 기도를 바쳤다.)

(순간 그런 그가 너무나도 뻔뻔하게 느껴졌지만)
(차마 나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묘비에 위문을 온 그를 나무랄 수는 없었다.)

카무이"나중에 다시 얼굴을 마주할 때가 오면... 그땐 네 앞에서 백 번 무릎 꿇고 절이라도 할게. 그러니... 지금은 대답을 들을 수 없는 부탁을 하더라도 이해해줘."

(그는 두 손을 모은 상태로 묘비를 향해 마치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듯 홀로 중얼거렸다.)

카무이"난... 이녀석을 많이 사랑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지금껏 이녀석은 나한테 있어서 아득한 꿈속의 빛 같은 존재였어."

(".........")

카무이"...아마 네가 살아 있었다고 하더라도 난 널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거야. 하지만 그걸 깨닫기도 전에 막상 일이 이렇게 되고나니 굉장히 많이 후회가 돼."

(나는 어느덫 뺨 위로 흐르는 쓰디쓴 눈물을 삼키며 가만히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카무이"이녀석의 행복은... 내가 책임질게. 내가 반드시 이녀석의 얼굴에서 슬픔은 지우고, 웃음만 가득하도록 만들어줄게. 그러니까... 부디 용서하길 바라."

("...........")

카무이"설령 시작은 증오였을지라도... 그 끝은 다를거라고 믿고 있어."

(어느덫 그의 목소리가 묘비의 주인을 향한 것인지, 나를 향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게 되었다.)

카무이"이제... 더는 놓치지 않아."

("..........")

카무이"절대로..."
단편집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