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에서 깨어난 이후로 그저 가만히 누워서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의사가 여러가지로 말을 걸어왔지만, 그러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았다.)

(눈앞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 안에 내가 사랑하던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저 죽고싶다는 생각, 하나 뿐.)

똑똑똑 - .

(극도의 절망적인 상황을 겪고나니, 인간으로서 추구하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사라지게 되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필요없었다.)

("................")

(그래서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시간이 나를 먼곳으로 데려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덜컥 - .

(카무이. 어느덧 어엿한 청년으로 자란 기억속 자그마했던 소년.)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카무이"........."

(인간의 것이 아닌 새하얀 손.)
(나는 그 손만 보고서도 그가 야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코 낯설지 않은 손이었으니까.)

(이윽고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차가운 야토의 손이 내게 가까이 다가와, 내 뺨에 닿아왔다.)

(기나긴 외로움과 찢길듯 한 아픔에 지칠대로 지친 푸르른 두 눈동자가 지그시 나를 향하고 있었다.)

(외로움과 아픔이 뭔지도 모르는 천인 주제에... 인간의 표정을 흉내내고 있다니...)

(나는 순간 극도의 이질감과 혐오감에 휩싸여 슬픔의 정적속으로부터 빠져나와 정신을 차리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카무이"안녕......"

("............")

카무이"그동안...... 잘 지냈어...?"

(눈물에 흐트러진 가증스러운 얼굴)
(그것이 내 시야를 한 가득 지배하고 있었다.)
(끓어오르는 분노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참을 수 없을만큼... 눈 앞의 남자가 미웠다.)

("이 나쁜자식...")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자의 옷깃을 붙잡고 그의 어깨를 마구 때렸다.)
(팔에서 링겔이 뽑혀 피가 나오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았다.)

퍽 - 퍽 - 퍽 - .

카무이"..........."

("이 나쁜자식...! 나쁜놈...!!! 야만인...!!! 괴물...!!!")

(목이 메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퍽 - 퍽 - 퍽 - .

(그런데도 나는 죽을 힘을 다 해 그에게 원망의 소리를 쏟아부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 !!!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 !!! 왜 내 소중한 걸 전부 빼앗아버리는 거야, 왜 - !!!")

카무이"미안해..........."

("겨우 널 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는데, 왜 또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거야 - !!! 너 따윈 딱 질색이야 - !!! 꼴도 보기 싫으니까 사라져버려 - !!!")

퍽 - 퍽 - 퍽 - .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픈건,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외로움에 사무치는 건 바로 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주제에 감히 슬픈 표정을 짓다니...)

(그 순간, 나는 분노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카무이"............."

(그래서 어느덫 붉게 물든 자신의 오른손을 보고도 그게 피라는 것을 금방 깨닫지 못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마구 내려친 그의 왼쪽 어깨에서 붉은 피가 새어나와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것은 내가 그에게 입힌 상처)
(지혈되어 있던 상처가 터져서 피가 흘러나온 것이었다.)

(깊은 총상이라면 가벼운 상처가 아니니 고통이 엄청날텐데)
(어째선지 그에게는 아픈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카무이"미안.........."

(그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는 오로지 나만을 똑바로 향하고 있었다.)

카무이"미안해......."

(살이 찢기는 고통도 잊어버릴 수 있을만큼 그에겐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것이 그에게 익숙한 고통이기 때문이었을까.)

카무이"정말 미안해..."

(만약 그 옛날, 내가 그에게 같은 상처를 입히지 않았었더라면)
(그때의 그가 그렇게 태연한 얼굴로 내게 사과를 할 수 있었을까)
(그보다 더 한 상처를 가지고, 그보다 더 한 아픔을 느껴오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그것은 내가 그에게 입힌 상처.)
(나는 고통이란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 나 뿐만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
단편집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