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이".........."

(나의 어렸을 적 물건, 추억이 담겨 있는 상자)
(그것을 열어보는 게 도대체 얼마만이었을까.)

(나는 묘한 두려움과 초조함에 가슴을 졸이며 먼지가 가득 쌓인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상자를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아담한 장난감이 아닌 작은 크기의 권총, 그녀가 나에게 거대한 상처를 남긴 후 두고 간 물건.)

(수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태껏 단 한 번도 잊어버린 적이 없다.)
(오른쪽 어깨를 관통당해, 피를 뚝뚝 흘리며 끝까지 그녀를 쫓아갔던 나. 그때 느꼈던 감정은...)
(절망, 그 자체였다.)

카구라'오빠... 누님은...? 누님은 어디갔냐 해...?'

(그녀가 떠난 후,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 가득한 얼굴로 카구라가 내게 물었다.)

카무이"이제 돌아오지 않아..."

카구라"누님... 가버린거냐 해?"

카무이"그래...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가......"

카구라"거짓말이지 해? 누님이 카구라를 두고 갈리가 없다 해..."

카무이"...저리가라고 했잖아."

(진심으로 슬퍼하는 카구라의 모습은, 나에게 있어서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았다.)
(나 역시 울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면 영원히 그녀를 볼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버리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내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카무이"...아얏."

(잠시 회상을 멈추고 손을 뻗어 상자 안의 물건을 꺼내들려는 순간, 문득 얼마 전 총에 맞은 왼쪽 어깨가 찌릿찌릿거리며 아파왔다.)

(하얀 붕대 위로 약간의 붉은 피가 새어나온 어깨를 바라보니, 더욱 더 기억은 선명해졌다.)

(그때는 오른쪽, 이번엔 왼쪽...)

(어째서일까)
(그저 방향만 달라졌을 뿐이지만)
(어째선지 그때와는 사뭇 다른 통증이 느껴졌다.)

카무이"..........."

(그녀가 떠난 후, 거의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나는 그 긴 시간 동안 내 안에 깊게 뿌리내린 증오와 원망을 키워갔다.)
(아마 내가 모든걸 다 버리고 '강함'만을 추구하게 된 것도 그녀가 떠난 후부터일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게 다 싫었다.)
(아무것도 필요치 않았다.)
(그녀 외에는...)

똑똑똑 - .

카무이"들어와."

덜컥 - .

아부토"단장, 여자가 눈을 떴어."

카무이"상태는 좀 어때?"

아부토"의사 말로는 정신적인 쇼크때문에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래. 하지만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나 봐."

카무이"소통이 불가능하다니?"

아부토"아무리 말을 걸어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면서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카무이"그래...?"

아부토"듣자하니, 네가 그 여자의 약혼자를 죽여버렸다며? 너도 참... 진짜로 그런 여자를 데리고 놀려는거냐? 꼬마도련님취향하고는 좀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카무이"데리고 놀려는 거 아니야. 그냥 그 여자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을 뿐..."

아부토"...물어보고 싶은 거? 그게 뭔데?"

카무이"어렸을 적에 대한 거."

아부토"엥? 혹시 아는 녀석이냐?"

카무이"...아마도."

(나는 들고 있던 소총을 도로 상자 안에 넣어 뚜껑을 닫은 뒤 그대로 손에 들고서 아부토를 지나쳐 방을 빠져나갔다.)

(곧 진실을 알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심장이 미칠듯이 뛰어댔다.)
(그 옛날 내가 느꼈던 감정, 그리운 모든 것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따뜻하고, 아련한 것들이...)

(그러나 그다지 행복했던 기억이 아니기 때문이었을까.)

(내 몸은 반사적으로 불안함에 떨리고 있었다.)
단편집4-2